허리 구부릴 필요 없는 재배 동선, 노인도 쉽게 일해
◆ 新 농업혁명 ④ 농업의 끝없는 변신 ◆
일본 요코하마 시내 한복판. 한낮에 거리를 다니는 인파는 드물지만 항구도시 특유의 탁 트인 시야와 쾌적한 도시 풍경이 외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요코하마의 새로운 상업지역인 미나토미라이 구역은 여러 모양의 고층 빌딩과 대관람차가 어우러져 더욱 이색적이다. 이 번화가 중심에 돔 모양의 식물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지름 27m, 높이 5m에 달하는 돔형 식물공장의 입구에 다다르니 `그랜파`라는 회사 상호와 함께 식물공장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 벤처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식물공장을 홍보하기 위해 이곳 요코하마에 전시효과를 노린 식물공장 한 곳을 올해 1월 건립했다.
하라다 도시히로 그랜파 기획담당은 "식물공장을 대단위로 운영하는 파나소닉ㆍ후지쓰 등 일본 대기업뿐 아니라 일본 농림수산성, 지방자치단체, 중동ㆍ동남아 등 외국 기업들이 수시로 이곳을 방문할 만큼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코하마 식물공장은 직사각형 건물 안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식물을 키우는 기존 식물공장이나 흙 위에서 재배하는 전통 비닐하우스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태양열과 영양소를 투입한 물만으로 채소를 재배한다.
가장 큰 특징은 원형 모양의 지름 20m 재배판이 나선형으로 서서히 회전하고 재배판 바깥 가장자리에서 다 자란 채소를 수확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돔의 한가운데는 지름 3.2m 크기의 작업 공간이 있어 농부들이 채소의 어린 순을 심는데, 점차 자라날수록 재배판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채소가 이동한다. 재배판의 높이가 어른 허리 높이여서 농부들이 허리를 구부릴 필요가 없다. 돔 안에는 온도ㆍ습도ㆍ태양열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센서가 작동한다.
돔형 식물공장에선 주로 상추, 허브 등을 키운다. 채소 맛은 어떨까. 먹어 보니 쓴맛이 없고 식감이 부드럽다.
아베 다카키 그랜파 사장은 "일본에서 5년 내 7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다"며 "이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끝에 돔형 식물공장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원 한가운데 공간에서 심고 원 밖에서 다 큰 작물을 걷어들이기 때문에 동선이 한결 단순한 데다 재배 과정에서 쪼그리는 동작이 불필요하다. 실제로 돔형 식물공장에서 일하는 농부의 3분의 2가 60세 이상 고령자다.
그랜파가 돔형 식물공장을 내세운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 비용 절감이다. 전기ㆍ비료ㆍ수도 등 고정비용이 식물공장 한 곳당 연 1800만원에 불과하다. 이곳은 LED조명을 24시간 켜는 다른 식물공장에 비해 전기료 부담이 3분의 1로 저렴하다. 향후 전기요금 상승을 감안할 때 돔형 식물공장이 종전 LED조명 방식의 식물공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하라다 씨의 예상이다.
이 회사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인 2012년 가나가와현 하다노에 돔형 식물공장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현재 80곳을 보유하고 있다. 농산물 수요처만 추가 확보되면 최대 3000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현재 재배되는 채소는 `도큐스토어`와 `산와`라는 일본 슈퍼마켓 체인으로 속속 공급되고 있다.
[기획취재팀 : 도쿄 = 황인혁 차장 / 칭다오 = 최승진 기자 / 새만금 = 김유태 기자 / 화성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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