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1인당 年평균 63.5~68㎏ 섭취
비만·당뇨·고혈압·만성피로·우울증…4명중 1명 과도한 당분 섭취로 현대병
패스트푸드·주스 줄이고 물 자주 마셔 몸 안에 쌓인 설탕 배출해야 병 안생겨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들도 집으로 가기 전에 병·의원에서 포도당이 5% 섞인 정맥영양제를 맞는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설탕(당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문제는 과잉섭취다. 전 세계인은 한 해 평균 63.5~68㎏의 설탕을 먹고 있다. 제이컵 테이텔바움 박사(내과전문의)는 '설탕디톡스(Sugar Detox·전나무숲 출간)'라는 책에서 "현대인이 겪는 비만, 고혈압, 당뇨, 만성피로, 불안과 우울, 섬유근유통, 장 질환, 각종 감염성질환 등의 원인이 '설탕과 흰 밀가루, 과도한 당분섭취로 인한 설탕중독' 때문"이라며 "설탕중독은 건강을 좀먹는 가장 빠르고 치명적인 전염병"이라고 규정했다.
설탕중독은 신체적·심리적 원인에 의해 끊임없이 단것을 찾아 먹는 행동을 말한다. 피곤해서, 기운이 없어서, 우울해서, 그냥 뭔가를 먹고 싶어서 자꾸 단 음식을 먹게 된다면 설탕중독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설탕중독에 따른 해악을 우려한 미국 보건부 산하 '다이어트 가이드라인 자문위원회(DGAC)'도 최근 음식 속의 콜레스테롤은 해가 없고 소금섭취 권고량도 하루 최대 1500㎎에서 2400㎎으로 완화한다고 밝혔지만, 설탕 섭취는 총칼로리양의 10%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하루 2000㎉를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 섭취를 200㎉, 즉 티스푼으로 12개(1티스푼〓약 16㎉) 이하로 낮추라는 얘기다. 자문위원회는 탄산음료처럼 설탕 함유량이 많은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는 현대병(비만, 성장저해, 성인병, 우울증)의 주범이 설탕중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낸시 애플턴 박사(설탕중독 저자·싸이프레스 출간)는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면 치아만 썩는 것이 아니라 뇌와 세포 손상으로 이어져 치매나 암, 간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학협회 회원들도 설탕의 위험을 경고한다.
미국인의 경우 한 해 설탕 소비량은 1966년 54㎏이었지만 점차 늘어 1990년에는 90㎏으로 최정점을 기록했다. 현재 연간 1인당 설탕소비량이 66㎏으로 떨어졌지만 이는 하루 반 컵 정도의 분량으로 여전히 과잉섭취를 하고 있다.
설탕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우리 몸은 다양한 고통을 겪는다. 한 예로 지난 15년간 과당이 다량 함유된 옥수수시럽의 섭취량이 250%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에 당뇨발병률이 덩달아 45% 늘어났다.
설탕이 중독물질로 간주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몸은 당(糖)이 저장되기 때문에 당에 중독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탄수화물은 모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단백질과 지방 역시 일부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은 항상 당을 보유하고 있다.
설탕중독은 최근 들어 과학계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일반인들은 오래전부터 설탕에 중독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독은 3단계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먼저 설탕섭취가 늘어난다. 둘째, 설탕을 제한했을 경우 금단현상이 찾아오고, 셋째, 설탕에 대한 갈망을 못 견뎌 설탕을 다시 찾게 된다.
제이컵 테이텔바움 박사는 설탕디톡스를 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설탕중독자인지 알아야 한다며 설탕중독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는 △대부업자형(유형1)〓만성피로를 잊고 활력을 되찾으려고 설탕·카페인을 찾음 △협박형(유형2)〓배고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금 당장 먹을 것을 달라고 윽박지름 △사냥꾼형(유형3)〓 끊임없이 도넛, 과자, 국수, 케이크 등을 찾음 △달래기형(유형4)〓 생리 전후 호르몬불균형으로 감정 기복이 심할 때 단 음식으로 기분을 진정시킴 등 4가지다.
유형1(대부업자형)은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에너지음료, 커피, 청량음료를 자주 마신다. 또 일하면서 급하게 먹거나 지방·소금·설탕이 많이 들어간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이들은 카페인과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마셔 인위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또다시 기력이 떨어지면 에너지음료를 계속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형1은 면역력 약화, 수면장애, 두통, 고혈압,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육통과 같은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유형2(협박형)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로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어머니와 가정주부, 힘든 직군 종사자에게서 잘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콩팥 위에 위치)이 항상 활발하게 활동한다. 왕성한 활동으로 부신이 지치면 힘을 내기 위해 설탕을 찾게 되고 자주 반복되다 보면 설탕중독에 빠진다. 부신을 피곤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하면 만성피로, 섬유근육통, 면역장애,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비만이 생길 수 있다.
유형3은 설탕중독자 대부분이 속하는 유형으로 '단 음식을 먹자'는 말을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이고, 반나절쯤 지나면 자동판매기에서 사탕을 빼먹을 정도이다. 설탕 섭취는 효모균(병원균 일종) 증식으로 이어진다.
효모균은 장에서 발효된 설탕을 먹고 증식하며, 특수한 화학물질을 분비해 설탕섭취를 부추긴다. 효모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알레르기가 생길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육통, 면역기능장애, 충혈, 부비강염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있다.
유형4는 갱년기전증후군이나 갱년기장애를 앓고 있는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호르몬분비량이 크게 줄면서 감정 기복이 심할 경우 설탕을 원하게 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할 때,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할 때 슬퍼지고 우울해진다. 그리고 슬프고 우울해진 몸을 달래줄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설탕중독에서 벗어나고, 과도하게 쌓인 설탕을 몸 밖으로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설탕을 단칼에 끊기는 힘들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청량음료, 과일주스처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부터 줄여야 한다. 흰 밀가루로 만든 빵과 국수도 몸에 들어가면 바로 설탕으로 바뀌기 때문에 먹지 말고 통곡물로 만든 빵을 먹도록 한다.
제이컵 테이텔바움 박사는 설탕 섭취를 줄이는 좋은 습관으로 △카페인은 하루 커피 1잔으로 충분하며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신다 △당지수를 따져 식품을 고르고, 가공되지 않은 과일, 채소, 곡물, 고기 등 자연식품을 먹는다 △영양소가 부족하면 설탕을 먹고 싶기 때문에 천연재료로 만든 종합비타민을 먹는다 △물을 충분히 마셔 설탕을 찾지 않도록 한다 △밤잠을 7~9시간 자야 에너지를 보충하고 식욕을 억제해 설탕을 먹고 싶은 마음을 없앤다 등을 제시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우리 몸에 당분이 없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저혈당증, 즉 혈중포도당이 부족하면 우리 뇌는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 그 영향으로 초조와 불안에 시달리고 심하면 어지럼증을 느끼고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은 당분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몸에 필요한 당분을 자연식품에 함유된 당분으로 충당했다. 이런 당분은 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치유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전체 열량의 3분의 1을 자연식품을 가공하면서 넣는 설탕과 흰 밀가루에서 얻는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매일 설탕이나 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 탄산음료, 커피를 비롯해 식사 후에 먹는 디저트나 과자도 대부분 설탕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_forward.php?domain=news&no=205150&year=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