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창립자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
심각한 변화에 직면한 지구촌의 현실 ‘새로운 세계 상황’ 주제로 택한 이유다
많든 적든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게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의 공통점
◆ 2015 다보스포럼 ◆
다보스포럼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다. 1938년생으로 올해 나이 77세지만 여전히 말할 때면 특유의 낮은 목소리 속에 강한 힘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로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가 처음부터 지금의 다보스포럼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제네바대학 교수이던 슈바프 회장이 경영학자들 간 학술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적인 포럼으로 성장한 것이다. 슈바프 회장의 역할은 단순히 포럼을 창립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45년 동안 학자들의 학회에 민간 기업인을 초청하는 산학 포럼은 물론 여기에 정치인까지 참여하는 글로벌 행사로 키워낸 데는 슈바프 회장의 ‘문어발’ 네트워크가 한몫했다. 경영 트렌드 평가 분석이던 포럼의 목표 자체도 ‘인류가 처한 상황의 개선’으로 바뀌면서 포럼의 격이 높아졌다. 슈바프 회장은 다보스포럼 직전의 바쁜 시간을 쪼개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2015년이 인류 문명사를 바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새로운 세계 상황’을 주제로 잡았나.
▶세계 도처에 불확실하고 복잡한 일들이 넘쳐나고 있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시작된 경제 통합과 국제 협력이 이제 끝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리는 심각한 정치·경제·사회·기술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가 당연시했던 많은 전제들을 뒤흔들고 있으며 의사결정을 위해 본질적으로 다른 지표들이 필요해졌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피해갈 수 있는 국가는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2015년이 인류의 역사를 바꿀 한 해라고 말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위험인가.
▶향후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화들이다. 다보스포럼 사무국에서는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전 세계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global challenges)로 총 10가지를 꼽았다. △환경과 자원고갈 △ 높아가는 실업 △양성 간 불평등 △인프라 개발 △식량 안보 △국제 무역 △인터넷 거버넌스 △부패 △사회 통합 △금융시스템의 미래다. 여기에 높아가는 지정학 갈등, 전염병, 성장 불균형과 에너지 지형 변화 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다.
―올해 다보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어젠더는 무엇인가.
▶우리는 2015년과 그 이후에 우리가 집중할 글로벌 어젠더를 추려봤다. 높아지는 소득과 사회적 불평등, 인터넷의 미래, 고조되는 지정학 갈등과 약화되는 협력, 기후변화와 파급효과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 중에 가장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보스에서 어떤 논의들이 이뤄지는가.
▶앞서 말한 지정학 갈등, 경제성장 둔화, 사회 통합 등의 모든 이슈가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질 것이다. 신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많은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시점에서 신뢰도는 모든 분야에서 최저 수준이다. 신뢰는 리더의 책임이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다. 다보스에 모인 리더들이 콩그레스센터(행사장) 바깥의 사람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현 시대는 마치 ‘비관주의’가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된 것 같다. 이처럼 신뢰가 낮아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직 기회가 많다. 그러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 시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새로운 세계 상황’을 주제로 택한 이유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기술·사회·경제 측면에서 세상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힘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변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위협보다는 기회에 더 집중할 것이다.
―올해 다보스에 역대 최고 규모의 인원이 참석한다고 들었다. 올해 포럼이 예년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 최대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모든 분야의 리더들이 다보스가 대화와 협력을 위한 독특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믿어준 것에 감사한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 사무국은 더 겸손해야 한다. 현재 세계는 교차로에 서 있다.
우리가 과연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앞에 놓인 주요 도전과제들이 더 심각한 분열을 불러오기 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가 지금 이 교차로에서 결정될 것이다.
―향후 포럼이 올해, 5년, 10년 후에 추구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 국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 대한 신뢰, 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다보스포럼이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국제기관으로 활동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또한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다보스포럼을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다보스포럼의 성공 요인을 평가해 본다면.
▶오늘날 세계를 규정짓는 것은 복잡성과 속도다. 이러한 환경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들에게 독특한 공간이 필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일상에서 떨어져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다. 다보스포럼은 일상으로부터의 격리란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또한 격리된 곳에서 민간 부문의 리더들이 공공, 학계, 시민단체 쪽 카운터파트들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다보스만의 강점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다보스를 찾는 노벨상 수상자가 14명이나 된다. 이들이 다보스 참석자들에게 평소에 접하기 힘든 혜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보스는 수차례 국가 간 갈등 조정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한국과 북한을 연결하려는 시도 등이 이뤄지는 것은 없나.
▶중립국인 스위스의 장점을 활용해 다보스는 도전적인 지역 정세 변화 속에서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신뢰를 구축해 왔다. 이런 노력들이 중동 등에 결실을 맺기도 했다. 또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도 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 다만 6자회담이 정체된 상황에서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다보스 역시 그 역할을 담당할 준비가 돼 있다.
[특별 취재팀 : 다보스 = 서양원 부국장 / 정욱 기자 / 임성현 기자 / MBN = 강두민 기자 / 서울 = 김지미 기자 / 채수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