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줄인상…내수활성화 찬물
버스·지하철·상하수도·종량제봉투·고속道통행료…
재정난 지자체, 저물가 편승 "이때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중교통 요금부터 수도요금,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담뱃값과 지방세에 이어 공공요금까지 오르면 서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내년 초 지하철과 버스 기본요금 인상을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자체들은 기존의 버스, 지하철 운영 적자에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운행 버스가 늘어나면서 운수업체의 부담이 커져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은 보통 서로 연동해서 조정하는데, 지난달부터 지자체 실무자들이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을 놓고 논의한 결과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구체적인 인상 금액은 추후 논의해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상폭이 200원 정도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천시 산하 인천교통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지하철 운임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천 지하철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현금 1150원, 카드 1050원이다.
인천시는 장사시설 이용료를 두 배가량 인상하는 개정 조례안도 지난 21일 입법예고했다. 조례가 개정되면 지역 내 주민의 이용료가 기존 3만~9만원에서 5만~18만 원으로 두 배가량 인상된다.
상수도요금도 꿈틀거리고 있다. 강원 원주시에서는 2014년 14.5%, 2015년 10%, 2016년 10%의 상수도요금을 각각 인상하는 안이 원주시의회에 상정돼 23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부산시도 조만간 조례를 개정해 상수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세종시도 내년부터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며, 이천시는 하수도 요금을 내년부터 2018년까지 최고 4.3배 올릴 계획이다.
쓰레기봉투 가격도 오른다.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달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10~13%, 음식물쓰레기 수거 수수료도 1㎏ 기준 78.5원에서 90.2원으로 인상했다. 용인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내년 1월부터 올리기로 했다. 부산시는 3개 유료도로의 통행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지원해야 하는 재정보전금이 올해에만 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통행료 인상안을 빼든 것. 부산시는 이르면 올해 안에 소형차 기준으로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은 200원, 을숙도대교는 100원의 통행료를 각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 공공요금뿐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료 등 중앙 공공요금도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김상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필요하고 올해 11월 이후에 요금을 4.9%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행료는 2011년 11월 2.9% 오른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이런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안팎에 그치면서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들이 세수부족으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자체 세입 확보에 나설 유인도 커졌다.
다만 정부는 이런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가뜩이나 움츠러든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지 우려하는 눈치다. 기재부는 실질 경제성장 4%, 물가상승률(GDP디플레이터 기준) 2%를 합쳐, 6%의 경상성장률은 달성해야 우리 경제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저조한 물가상승률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세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공공요금 인상 같은 공급적 요인의 물가상승은 최악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고 있는데 지자체들은 공공요금을 인상한다니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홍구 기자 / 서동철 기자 / 김정환 기자 / 전범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4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