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변호사 예외 인정…형평성 논란
사립학교 이사장 막판 진통 끝에 포함시켜
뒤늦게 법안 수정 놓고 與野 서로 책임공방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날 재석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 등으로 가결됐다. 전광판에 찬성 의원 비율이 녹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법 적용 대상에 벌써 구멍
김영란법은 공직자 대상에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을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국공립 외에 사립 학교 교직원들이 모두 적용 대상이 됐다.
재단 이사장은 한때 대상에서 빠졌으나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3일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사진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결국 관철됐다.
유사 직군 내 형평성 문제도 여전히 남았다. 대학병원 종사자와 유치원 교사는 처벌 대상이 되지만 사설 대형 병원과 어린이집 관계자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언론사의 경우도 최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1인 미디어나 인터넷 팟캐스트 등을 포함할지에 대해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태다.
시민단체가 제외된 것도 논란거리다. 최근 한 시민단체 대표가 론스타 측에서 뒷돈을 챙겨 구속되면서 시민단체 영역에도 부패 고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 일각에선 야당이 진보 시민단체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필요하다면 (시민단체를) 추가해야 한다"며 향후 포함 가능성을 열어뒀다.
변호사를 제외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특별검사나 특별감찰관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추천권을 행사하고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감정평가사, 변리사 등 이권 개입 여지가 있는 국가자격증 소지자들도 빠졌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은 변호사와 시민단체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으나 여야 합의문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김영란법의 뼈대는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 금지다. 이 가운데 부정 청탁은 개념 자체를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15가지 유형을 나열하고 7가지 예외를 규정하는 데 그쳤다. 뭐가 부정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정무위원회가 지난 1월 정부 원안을 수정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예외 규정에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 5조 2항 3호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들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 부정 청탁이 아닌 것으로 규정했다. 원안에는 '제3자의 고충민원'이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의 고충이나 민원을 전달하는 것은 의원 본연의 업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공익적 목적의 민원으로 볼 것인지 모호한 데다 자신들에게만 너그럽게 규정을 손봤다는 지적이다. 또 여야 합의로 공직자가 청탁을 들어줄 때 법령·기준 위반 시 처벌에서 법령 위반 시 처벌로 완화하면서, 기준 위반은 허용하는 것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무엇이 '부정'에 해당되는지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결국 시행령, 시행규칙 등과 함께 판례가 나와야 개념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직무관련성 판단, 법원에 일임?
김영란법 8조 2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더라도 과태료를 물린다. 100만원을 '초과'하면 직무와 무관히 형사처벌을 받지만 '이하'이면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만 과태료 대상이 된다.
여야 합의로 과태료 부과 주체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법원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앞으로 법원에 직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위임하게 됐다. 그러나 수뢰사건 재판 시엔 법원이 당연히 직무관련성을 엄밀히 판단해야 하지만, 재판보다 훨씬 건수가 많을 과태료를 하나하나 판단하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수백, 수천 가지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허용되는 금품도 모호
김영란법 8조 3항 2호는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내에서는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가 추후 대통령령을 만들어 가액 범위를 정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선 현재 관련 규정이 원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기관들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만들어 위반 시 내부 징계하고 있는데 3만원 이하 음식물, 선물이나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허용하고 있다.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민간 영역에 공무원보다도 무거운 의무를 부과하는 꼴이 된다. 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허용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 이해충돌 방지는 안 하나
당초 김영란법의 핵심 중 하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었다. 공직자가 본인은 물론 가족, 친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자녀가 로펌에서 일한다면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시 법제사법위원회는 피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선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한다는 논리다. 이로 인해 정부 원안에 들어있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고, 김영란법에도 담기지 못했다.
국회는 국민권익위가 초안을 만들어 오면 이 부분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신헌철 기자 / 우제윤 기자 / 오신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0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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