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역사와 한국사를 국가가 집필한 교과서 1종으로 배우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12일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20일간 행정예고를 거쳐 11월 5일 고시될 예정이다.
중·고등학생들은 2017년부터 새 국가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2011년 검정 교과서로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검정제 도입 이후 역사 교과서가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을 기르는 데 기여하지 못한 채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며 "국정화 전환은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미래 세대에 민족적 자긍심을 길러주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로운 교과서 명칭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정하고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해 집필하기로 했다. 집필진은 원로 역사학자부터 소장파 역사학자를 모두 포함하고 역사학자뿐 아니라 헌법·정치·경제·사회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 등을 두루 참여시켜 구성할 방침이다. 새 교과서는 2017년 3월부터 보급될 예정이다.
정부의 국정화 발표에 대해 야당과 학계는 강력 반발했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는 문명사회의 상식이 아니다"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정화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대대적인 여론전을 예고했다. 야당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당 지도부가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예정대로 황우여 사회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400여 개 진보 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고, 전교조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제2의 유신 선언"이라는 추가 성명을 발표했다.
또 한 명이 늘었다. 일본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까지 거머쥐면서 아시아의 과학기술 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21명째다. 한국은 아직 단 한 명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틀 연속 한국은 중국에 이어 연이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일본을 보며 아쉬워해야만 했다. 일본이 이처럼 노벨 과학상과 인연이 높은 것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1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기초과학의 힘 덕분이다.
일본은 이번 노벨 과학상 수상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에 이어 역대 수상자 수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본 과학기술의 힘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찾는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1995년 일본 정부가 1000억원을 들여 만든 가미오칸테'라는 실험 장비를 활용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인 슈퍼 가미오칸테를 건설하면서 "실험이 성공하면 노벨상을 받는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슈퍼 가미오칸테의 실험을 총괄했던 고시바 마사토시 일본 도쿄대 교수는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제자인 다카아키 교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아래로 낮추지 않는다는 '2%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그중 60~70%는 기초과학 분야에 지원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일본은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일본과학의 또 다른 강점은 메이지유신 시대부터 시작된 긴 기초과학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19세기 중반부터 기초과학의 틀을 닦아왔다. 당시 수많은 젊은 과학자들을 해외로 보내 닐스 보어나 아인슈타인 등 당시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 교수가 소속된 일본 기타사토대는 1900년대 초반 세계적인 세균학자였던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기타사토 박사는 1900년대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린 독일 하인리히 코흐 박사의 수제자로 노벨상이 처음 제정됐던 1901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포함됐을 정도로 업적을 인정받았다. 일본의 특성인 '장인정신'도 노벨상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학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청색LED 개발에 20년을 매달렸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가망이 없는 연구에 수십 년을 매달릴 수 있는 정신과 환경이 뜻하지 않은 결과와 함께 노벨상을 안긴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슈퍼컴퓨터 성능 분석 회사인 미국 '톱스500'이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슈퍼컴퓨터 '톈허2'가 2013년부터 3년 내내 처리 속도 1위(초당 3경3860조번)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컴퓨터는 날씨 예보는 물론 신약 개발,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 지원 등 과학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슈퍼컴퓨터를 따라잡기 위해 '국가전략컴퓨팅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슈퍼컴퓨터 분야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상과학(SF)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은 중국이 만든 우주정거장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중국어로 된 계기판과 중국말이 흘러나오는 우주선이 전혀 낯설지 않다.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 조난당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구하기 위해 중국 발사체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미국이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은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고 말한다.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이 환호하고 있다. 중국계 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중국인 과학자가 과학 분야에서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적 노벨 과학상 수상자까지 내놓으면서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과학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항공·우주 분야는 미국·러시아와 대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기술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다. SF 영화 속에서도 중국은 어색하지 않게 어느덧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력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기적인 과학기술 정책과 인력 우대 정책을 펴면서 제2, 제3 노벨 과학상 수상에 한국보다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올해 수상 결과를 단순히 40년 전 '우연히' 얻어걸린 연구 성과 때문이라고 격하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공격적인 인재 우대 정책과 10년 앞을 내다보는 꾸준한 계획 정책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토대를 쌓아왔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용해 기술을 쓸어담는 블랙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많은 인구 수만큼이나 과학기술계를 '인해전술'로 평정하고 있다.
중국은 1966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문화혁명 기간에 과학·교육 분야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이후 1980년대 이르러 과학기술 인재가 부족해지자 덩샤오핑은 "지식을 존중하고 인재를 존중한다"는 지도사상을 제시했다.
중국과학원은 1990년대 중견 과학자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백인계획'을 실시한다. 백인계획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수 중국인 과학자를 귀국시켜 첨단 기술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2008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백인계획을 잇는 '천인계획'을 실시했다. 외국에 있는 학자들에게 1인당 연구비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과 함께 연구 영역에 따라 5~7년간 800만위안을 지급했다. 2012년 9월부터는 천인계획을 확장한 '만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국가적 인재 1만명을 키우겠다는 만인계획에는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는 과학자 100인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상해글로벌협력센터장은 "중국은 양적으로 많은 인재를 질적으로도 뛰어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인력도 싹쓸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공계 인재를 우대하는 것은 정부 내부 인사를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상하이자오퉁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칭화대 수리공정학과를 졸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1979년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 내각 중 40%, 공무원 중 70%가 이공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이슈가 바뀌는 한국과 달리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5년마다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발표하는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계획을 추진해 나간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은 "중국은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과 국방·우주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교수는 인해전술과 지속적인 정책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에게 연구를 하라고 한 뒤 지켜보는 것이 중국이었다"며 "덩사오핑 계획 아래 말라리아 약을 찾기 위한 중국의 인해전술과 지속적인 정책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해 인재를 유치함은 물론 막대한 자금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중국이 조만간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넘어서는 기술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 화웨이가 구글과 함께 만든 스마트폰 '넥서스6P'를 통해 국내 시장에 재진출한다. 지난해 중저가모델인 'X3'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화웨이가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한편 아이폰6S 시리즈는 10월 중순께 국내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4분기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1~4위 업체의 격전지가 됐다.
6일 스마트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과 화웨이는 공동 개발한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 6P'를 오는 11월께 국내에 출시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레퍼런스폰은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OS)를 처음으로 탑재해 출시되는 폰으로 향후 구글 OS 탑재 스마트폰을 만들 때 기준이 된다. 이번 넥서스 6P에는 구글 최신 OS인 '안드로이드 6.0 버전(마시멜로)'이 탑재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 애플에 이어 3위 사업자로 등극했지만 한국시장은 화웨이에 넘기 힘든 산이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21.3%), 애플(14.1%)에 이어 점유율(출하량 기준) 3위(9%)를 기록했다.
X3 출시 이후 화웨이는 한국 시장 진출에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 LTE망을 이용한 통화 규격을 통과해야 한다. 이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국내 수요에 비해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글과 손잡고 개발한 넥서스6P를 11월께에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에 초도물량 1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금융 자동화기기 업체 청호컴넷과는 온·오프라인 유통망 판매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화웨이가 합작한 구글폰 '넥서스6P'는 5.7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10을 장착했다. 3450㎃h 대용량 배터리와 앞뒷면 구분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USB-C타입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점이다. 향후 안드로이드페이 적용 시 사용할 수 있는 지문인식센서도 있다.
사실 이르면 10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아이폰 6S시리즈 상륙이 국내 업체들에는 더 큰 위협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안방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앞세워 40여 일 만에 60만대를 팔아치우며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출시한 지 두 달이 되는 시점에서 아이폰6S가 상륙하게 되면 노트5의 기세는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V10'이라는 하반기 전략 프리미엄폰을 출시한 LG전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V10은 국내외 외신들의 호평 속에 오는 8일 정식 출시된다. 아이폰6S의 상륙이 V10 성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LG전자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는 전작보다 400만화소 증가한 1200만화소 후면카메라와 4K 고화질 동영상 녹화기능을 제공해 멀티미디어 활용도를 높였다. 화면을 터치하는 힘을 인식해 제각기 다른 기능을 실행시키는 3D터치 기능은 아이폰 시리즈에 최초로 탑재된 기능이다.
에너지·항공·고효율발전 등 13개 분야서 이미 앞서가 한국이 강한 기계·정보통신…기술격차 0.6년으로 축소
◆ 中·日 과학기술의힘 / 노벨과학상 中의 기술력 ◆
#1 지난달 20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타이위안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6호'가 발사됐다. 발사 15분 뒤 발사체에 탑재돼 있던 초소형 위성 20기가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20개 위성을 한 번에 우주에 내려놓는 기술을 선보인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중국국방과학기술대와 칭화대, 하얼빈공대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창정6호는 3단 신형발사체로 1970년대 개발된 창정2호를 뛰어넘는 신기술이 적용됐다.
#2 창정6호 발사 이틀 전 중국은 음속 5배가 넘는 속도를 내는 '고초음속' 비행체 발사 실험에도 성공했다. 시속 6180㎞ 속도를 자랑하는 이 비행체는 1시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 시애틀에 도달할 수 있다. 마하5 속도로 미국 정찰기인 SR-71 블랙버드가 보유한 마하 3.5를 뛰어넘었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중국 토종 과학자인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가 선정되면서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투 교수는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중국 과학기술 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첨단·응용기술 분야에서 한국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하다고 여겼던 기계·제조업은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기술까지 이미 중국이 따라잡았거나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과학 기술력은 중국보다 1.4년 앞서고 있지만 2012년 1.9년에서 격차가 0.5년 줄었다. 특히 기계·제조공정과 전자·정보·통신 분야 격차가 0.6년 줄어들면서 한국 텃밭이었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항공·우주 분야는 중국이 한국보다 4.3년 앞서 있는데, 2012년 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을 제친 중점 과학기술 분야는 이미 13개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중·일·독 과학기술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은 2008년 이후 전 분야에서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으며 전체 85개 분야 중 15.3%인 13개 분야에서 한국을 앞섰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기술 분야를 비롯해 자원탐사·차세대가속기·자원개발처리·고효율석탄가스화액화발전·지열 등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드론을 앞세운 지능형 무인비행체, 미래형 유인항공기 분야는 물론 우주감시시스템 분야도 한국이 뒤처졌다.
모두 향후 5~10년 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반면 한국이 앞선 분야는 전자·정보통신, 기계·제조 공정 등 구시대 전통적 산업 분야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경쟁력 종합평가지수로 평가하면 한국은 185.4로 중국 565점에 비해 한참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협력센터장은 "중국은 지속적 연구개발(R&D)·인재우대 정책을 통해 과학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우수 기업 합병과 직접투자를 통한 기술이전 등으로 첨단·응용 분야에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등 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은 많다. 한국에선 ‘스카이’(SKY)라고 불리는 대학들이, 해외에선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혁신대학’이라고 불릴만한 곳은 어디가 있을까?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혁신’을 붙이려면 단순히 좋은 학생들이 몰리는 것 외에 대학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혁신을 추구하는 대학교가 등장했다. ‘미네르바스쿨’이다. 신생 대학교지만 새로운 교육 방식 때문에 교육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 :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교수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온라인 교실
미네르바스쿨은 스타트업처럼 투자를 받아 개교했다. 설립 초기에는 벤치마크캐피털에게 250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받았다. 벤치마크캐피털은 드롭박스, 트위터, 스냅챗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업체다. 2014년에는 TAL에듀케이션그룹, 젠펀드, 용진그룹 등으로부터 7천만달러(약 835억원)를 투자받았다. 미네르바스쿨 최고경영자(CEO) 벤 넬슨은 HP에 인수된 스냅피시라는 IT 기업을 설립한 벤처기업가이기도하다.
미네르바스쿨은 2011년 설립됐고, 2014년부터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에 입학한 학생은 28명이며, 올해 입학생은 111명이다. 교수는 20여명이다. 아직 설립 초기라 성공 여부를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관심을 보이는 학생 수는 꽤 많다. 2015년에 입학원서를 지원하는 학생은 1만1천명이었다. 160여개 나라 학생들이 미네르바스쿨에 지원했으며, 그 중 2% 정도만 입학 허가를 받았다.
미네르바스쿨은 현재 대학 컨소시엄인 KGI에 인가된 공식 대학이다. 졸업하면 일반 학교처럼 학위를 받는다. 대신 학사 과정만 운영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인 교실이 없는 점이다. 모든 학생은 4년 내내 100%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다. 동시에 학생들 100%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특이한 점은 학생들은 기숙사 위치를 1년마다 바꿔야 한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숙사 생활를 하고, 2학년은 아르헨티나나 독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3학년은 인도나 한국에서, 4학년은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시간을 보낸다.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거주하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사는 제약 없이 원하는 곳에서 거주할 수 있다.
한국의 서울캠퍼스는 2017년 혹은 2018년부터 입주 가능하다. 켄 로스 미네르바스쿨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글로벌 도시에 적합한 곳을 찾다가 서울을 찾았다”라며 “물가, 치안 등을 고려하고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역동적인 도시를 기숙사 도시로 선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은 1년마다 나라를 옮기면서 수업을 받는다(사진 :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미네르바스쿨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은 단순히 강의를 틀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체 개발한 영상통화 도구를 수업에 활용한다. ‘행아웃’같은 영상통화 도구가 얼굴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미네르바스쿨에서 이용하는 도구는 영상전화뿐만 아니라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기술로 구현해서 활용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에서 수업이 시작하면 모든 학생과 교수의 얼굴이 보인다. 모든 강의는 20명 이하로 진행된다. 수업은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며, 일방적으로 교수 혼자 말하는 강의는 없다. 전통적인 강의실에서 교수가 ‘이 이론이 A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요?’라고 물었다고 치자. 보통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어 의견을 말한다. 교수는 발표 학생 외에 대다수의 학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미네르바스쿨에선 다르다. 교수는 20명의 학생 얼굴 밑에 ‘동의한다’와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교수는 덕분에 매번 발표를 잘하던 학생보단 지난시간 발표를 하지 않았던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의견을 묻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생을 보고 곧바로 “어떤 부분이 이상한 것 같니?”라고 물으며 참여를 유발한다.
시간이 지나면 20명 학생 중 말을 많이 한 학생 화면에 빨간색 배경이 입혀진다. 말을 적게 한 학생 화면에게는 초록색 배경이 뜬다. 교수는 모든 사람의 발표내용을 기억하지 않고도 화면 색깔을 확인해 수업에 덜 참여한 사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초록색 화면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 수업 참여도를 높인다.
▲미네르바스쿨에서 이용하는 강의툴. 모든 학생들의 의견이 화면에 나타난다(사진 : 유튜브)
▲미네르바스쿨에서 이용하는 강의툴. 교수는 어떤 학생이 참여를 많이 했는지 색깔로 알 수 있다. 초록색이 의견을 덜 말한 학생이라 교수는 초록색배경의 학생들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본다.(사진 : 유튜브)
학생들의 팀별 활동도 여느 대학과 다르다. 교수는 20명 학생들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그래프 기능을 이용해 화면에 바로 띄워준다. 마치 영상통화 화면을 칠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같은 의견을 가진 학생들끼리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제안한다. 이때 팀별로 따로 영상회의를 할 수 있으며, 교수는 그룹채팅방에 들어가 다른 조언을 전한다. 일반 강의실에서 조별활동을 할 때는 서로 자리를 옮기고 누구와 팀을 정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린다. 미네르바스쿨에서는 같은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저절로 모이고 ‘구글독스’같은 협업 도구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미네르바스쿨에서 이용하는 강의도구. 수업 중간에 자동으로 같은 의견을 가진 학생들끼리 팀이 나눠진다. 학생들은 곧바로 협업 문서도구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사진 : 유튜브)
▲미네르바스쿨에서 이용하는 강의도구. 수업하는 동안 투표를 할 수 있고, 그 결과를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영상통화 화면이 곧바로 칠판이 되는 셈이다(사진 : 유튜브)
교수와 학생이 일대일 면담을 할 때도 좀 더 맞춤화된 상담을 제공한다. 교수는 단순히 학점만 보고 학생에게 상담을 해주지 않는다. 수업시간을 녹화한 영상을 직접 보며 “지난 A수업에서 2분52초 부분에서 네가 말한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라고 평가한다. 수업에서 발표했던 영상, 조별과제 때 작성했던 글, 그동안 제출한 과제들은 자동으로 모이기 때문에 교사는 보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학생에게 줄 수 있다. 실제로 전통적인 교실에선 교수들은 학생들은 모든 발표와 과제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담은 이러한 데이터와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모든 수업에서 학생이 발표한 영상, 과제, 조별 활동은 데이터로 남는다. 교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피드백을 준다(사진 : 유튜브)
미네르바스쿨의 수업 방식은 교수에게도 큰 변화를 주었다. 미네르바스쿨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00% 녹화된다. 학교 관리자는 녹화된 수업을 보면서 교수의 역량을 평가한다. 학생들의 모든 수업 과정이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평가 과정도 좀 더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일반 교수 사회에서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 외에 정부 과제 업무나 논문 작성을 권장하며 교수의 성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미네르바스쿨은 교수가 학생의 성취도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켄 로스 디렉터는 “미네르바스쿨은 연구센터가 아니며 교수들은 남는 시간에만 그들의 연구를 한다”라며 “학생에 관심을 두는 교수들을 채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수업은 온라인에서만 이뤄진다. 평가나 시험은 어떻게 이뤄질까?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다가 커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모든 시험과 과제, 프로젝트는 오픈북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미네르바스쿨은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참고해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켄 로스 디렉터는 “실제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온라인 자료를 참고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처리한다”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고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라고 권유한다”라고 설명했다.
평가도 조금 다른 방식을 추구한다. 먼저 A+, B-, F 같은 점수를 주는 ‘GPA 시스템’은 도입하지 않았다. 특히 시험 성적 하나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 미네르바스쿨 교수들은 녹화된 수업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학생의 발표, 과제, 프로젝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을 평가한다. 켄 로스 디렉터는 “학생들의 점수를 1등부터 꼴찌까지 나눠 등수를 매기는 방식은 미네르바스쿨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통 대학에서도 잘 시도하지 않는다”라며 “등수를 메기는 것은 한국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며,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은 등수보다는 평가 그 자체에 신경 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교육 시스템은 개혁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도 온라인 수업은 대학에서 많이 활용됐다.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나 사이버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온라인 수업은 단순히 강의를 녹화해 온라인으로 다시 보여주는 식이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강의를 보고,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미네르바스쿨은 학생들과 상호교류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선택했다. 얼굴을 맞대고 봐야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관념을 파괴한 셈이다. 사실 전통적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수 얼굴을 직접 보지만 교류는 적다. 한 반에 80-90명 학생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교수가 학생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학생들의 참여를 유발하는 것도 시간상 제약이 있다. 하지만 미네르바스쿨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라며 “교수님과 소통하고 있다”라고설명했다. 교수 역시 “내가 컴퓨터 앞에 있다는 걸 잊게 된다”라며 “학생 한명 한명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려는 가치 때문일까. 미네르바스쿨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예술과학대 학장은 스티븐 코슬린 교수가 맡고 있다. 스티븐 코슬린 교수는 심리학 분야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미네르바스쿨 이전에는 하버드대 사회과학부 학장을 지냈다. 컴퓨터과학대 학장은 에릭 보나보 교수가 맡았다. 에릭 보나보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학자이며, ‘군집생물의 지능(Swarm Intelligence)’라는 논문 저자로 유명하다. 사회과학대 학장은 대니얼 J. 레비틴라는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다. 그는 ‘뇌의 왈츠’, ‘호모 무지쿠스’, ‘정리하는 뇌’ 책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오리건대학이나 라이스대학 출신 교수들이 미네르바스쿨 학장을 맡고 있다.
켄 로스 디렉터는 “많은 국민이 현재 미국 대학교육 시스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라며 “하버드대나 예일대같은 곳이야말로 누구보다 먼저 개혁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1900년대 교육 방식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커리큘럼이나 부서는 변하지 않고 틀 안에서 갇혀 있죠. 뿐만 아니라 요즘 대학들은 그들만의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스포츠팀에 투자하고 좋은 건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죠. 시간이 되면 ‘아이보리 타워’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세요. 미국 대학들이 등록금을 얼마나 많이 올리고 있는지, 미국 대학 시스템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미네르바스쿨은 그런 기존 대학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어요.”
▲아이보리 타워 영화 예고편 갈무리. 미국 대학등록금 인상률은 1980년대이후 1120%였다는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미네르바스쿨은 행정 면에서도 기존 대학과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우선, 입학지원서를 받을 때 따로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누구나 무료로 온라인 원서를 낼 수 있게 했다. 또한 미네르바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따로 SAT같은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절차 없이 30분 정도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에세이를 쓰면 된다. 대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네르바스쿨에서 별도의 심사를 거쳐 원하는 인재만 뽑는다. 켄 로스 디렉터는 “밝고, 자기주도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을 주로 찾고 있다”라며 “조별 과제가 많기 때문에 협업을 잘 할 수 있는 학생을 주로 뽑는다”라고 말했다.
미네르바스쿨의 등록금은 1년에 1만달러, 우리돈 약 1천만원이다. 한국 기준으로 조금 비싼 금액일 수 있겠지만 미국 평균 대학등록금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켄 로스 디렉터는 “미국 대학교 평균 등록금의 4분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숙사비, 교재비, 식사비용 등은 추가로 내야 한다. 미네르바스쿨은 따로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저금리 학자금 대출이나 유급인턴 기회를 연동해 경제적인 지원을 보태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에는 융합된 전공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사회과학과, 계산과학과, 자연과학과, 예술인문학과, 비즈니스과가 있다. 내부 커리큘럼도 점진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켄 로스 디렉터는 “미네르바스쿨의 목표는 리더십, 혁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능력, 글로벌 시민의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줘야 합니다. 정보나 지식은 언제든 배울 수 있어요. 배워야 할 지식들은 계속 시대마다 바뀌고요. 대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 계속 무언가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를 통달하는 것보다 보다 넓게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꼭 리더나 혁신가가 되지 않아도 리더십이 무엇인지 혁신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공실률은 11.1%로 전국 수치보다 조금 낮지만 2008년(3.8%)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높다. 임대료가 비싼 큰 건물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권 중소형 건물의 공실률은 10%인 데 반해 대형은 13.1%로 평균치보다 높다. 권역별로 보면 도심권이 12.3%로 가장 나쁘고 그 다음은 강남권 10.8%, 여의도·마포권 9.2%, 기타지역 8.2% 순이다.
지방도시의 형편은 심각하다. 부산·대구는 공실률이 15~16% 선이고 인천·광주도 18%대다. 대전은 21%가 넘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사정이 더 나쁜 건물도 수두룩하다. 임대료를 제대로 받기 위해 공실이 없는 것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역삼동 두꺼비빌딩을 운영하고 있는 정용덕 회장은 "겉으로는 빈 사무실이 적은 것 같지만 강남 일대만 해도 공실률이 20%가 넘는 빌딩이 많다"고 말했다.
빈 사무실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임대료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올 상반기 전국의 사무실 건물 임대료는 ㎡당 1만4800원이다. 2008년 1만5000원보다 좀 떨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 서울은 1만8600원에서 2만500원으로 올랐다. 빈 사무실이 생기더라도 오히려 임대료를 올리는 대형건물 관리업체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관리회사가 운영하는 대형건물은 공실이 생겨도 몇 달치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 프리(rent free)' 방식으로 수익률을 감안한 적정 임대료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사무실 임대 경기가 자꾸 나빠지자 그런 관행이 깨지는 분위기다. 2012년을 고점으로 서울의 임대료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정이 안 좋은 중소건물은 임대료를 내려서라도 빈 사무실을 채울 수밖에 없다. 비워두는 것보다 얼마라도 받고 세를 주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를 제값 받더라도 공실률이 10% 선을 넘어가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건물주가 생각하는 적정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부동산 펀드가 운용하는 빌딩은 6~7%이고 개인은 5% 정도로 잡고 있다. 이는 잠재적인 공실률을 5%로 예상하고 계산한 수치여서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는 게 자산관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빈 사무실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신축 건물이 너무 많이 공급된 점을 꼽는다. 자산관리업체 신영에셋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권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900만㎡(273만 평) 규모의 사무실이 공급됐다. 연평균 180만㎡(54만 평)의 사무실이 건립된 셈이다. 이는 63빌딩(5만 평)의 약 11개 규모다. 이 수치는 2001~2009년의 연평균 공급물량 83만㎡(25만 평)의 두 배가 넘는다.
지금도 사무실 물량이 넘쳐나는 데도 수많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전국에 대기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상암DMC, 판교 제2테크노밸리, 강동첨단업무지구, 마곡산업단지 등이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 파트장은 "지난 5년간은 도심재개발 사업 활성화 등에 힘입어 많은 신축건물이 공급됐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임대 사무실도 수급상황에 맞춰 공급물량을 조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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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운다. 근면 성실한 태도로 폐허에서 산업화를 이뤄 냈다는 점, 그리고 국제화 시대를 거쳐 이제 세계 곳곳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성공 신화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 진입하게 되면서 직장인들은 의문에 빠지게 됐다.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성취감보다는 피로가 점점 쌓여 간다. 그런 점에서 2014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평가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이 올해 상반기 발표한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는 시사점이 있다.
잡플래닛에서는 전현직 직장인이 기업 재직 경험에 대한 평가를 올려놓는데,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서비스 시작 1년 반 만에 연봉·복지·사내 문화와 관련된 기업 정보 약 50만 건이 축적됐다. 이 빅데이터에는 현재 한국인이 직장에서 원하는, 또는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 ‘좋은 직장’은 사내 문화가 좌우
직장인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은 상위 10개 회사에 대한 칭찬 키워드를 분석해 보니, 직원들이 평점을 줄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사내 문화’였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경영진 △사내 문화 중 이 부분이 기업 평가를 좌우했던 것. 역동적이고 상하 소통이 잘되는 사내 문화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군대식 문화가 지배적이거나 아랫사람에게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윗사람이 책임을 안 지는 회사일수록 평가가 나빴다.
휴가도 만족도에 중요한 변수였다. 휴가는 보통 복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휴가를 문화의 일부로 생각했다. 아무리 휴가 일수가 많아도 실제로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문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
그 다음으로 빈도가 높은 칭찬 키워드는 △기회 △(업계) 최고 △복지 △분위기 △사람 △글로벌 △직원 △자유 △성장 △수평 순이었다. 이인묵 잡플래닛 대외협력실장은 “복지와 급여는 직장을 선택할 때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입사 후에는 그 급여가 조금 더 오르는 것이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편한 일만 찾고 일하는 시간이 적은 곳만 선호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분석 결과는 달랐다. 일이 많더라도, 성장 기회가 많거나 해외(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 개척이 가능한 곳을 선호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코리아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성’은 매우 낮고 근무 시간도 길다는 평가를 받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직장인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쁜 평가를 받는 회사들도 공통점이 있었다. △보수적 △급여 △야근 △비효율 △체계 없음이 주요 묘사 어휘였다. ‘끔찍’ ‘최악’처럼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곧 기업 평가와 직결됐다. 윗사람의 심기에 따라 회사 정책과 사내 문화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 ‘자발적인 동기 부여’로 스트레스 줄여야
과거에는 기업들이 직원의 ‘행복’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피로사회’는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일부 회사는 자율 출퇴근제, 무한 휴가제도 등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전적인 ‘당근과 채찍’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발적인 동기 부여와 자율적인 업무로 기업과 직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를 시도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벤처기업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3월 영업직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했다. 그동안 이 회사 영업본부 소속 직원들은 가맹점 계약 건수를 따낸 만큼 급여를 받았다. 당장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직원들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도록 만든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좋은 영업 노하우도 공유되지 않았다.
인센티브제를 없앤 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변화가 있었을까. 김수권 우아한 형제들 상무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팀워크다. 이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같이 잘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5명이지만 지난해에는 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 목표치도 1개월 앞서 달성하면서 그해 12월에는 개개인에게 지급할 인센티브를 모아 영업본부 전 직원이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다.
모바일 교육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는 파격적인 출퇴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이고 개인 사정이 있거나 집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하는 직원이라면 굳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올해 6월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는 전 직원이 한 달 동안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직원 100여 명 중 회사에 나와 근무하는 직원은 절반 수준. 나머지는 집, 카페 등에서 자유롭게 근무한다. 어린 자녀를 둔 기혼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통상 휴가를 가려면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휴가 결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e메일로 휴가 일정을 공유하는 게 유일한 ‘절차’다.
박현우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은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한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근무 장소나 휴가 일정 등에 대해 동료의 동의만 구한다면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긍정마인드 문화생활로 스트레스 풀고 상처 치유 ▼
이동환 피로클리닉 원장의 힐링법
출근길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누군가는 재수가 없었다며 최악의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아 크게 다치지 않았다”며 감사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똑같은 상황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피로를 줄이려면 조직의 변화뿐 아니라 개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정글 같은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성격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동환 만성피로클리닉 원장(대한만성피로학회 명예회장·사진)은 마음가짐을 바꾸는 방법으로 ‘스트레스 낯설게 보기’와 ‘심리적 동화 기법’을 추천했다. 이 원장은 마음가짐의 정의를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의 방식,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낯설게 보기’는 늘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스트레스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방법이다. 이 원장은 “업무 실수로 상사에게 혼나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더라도 ‘오히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 번만 (일기장에) 적어보면 된다. 그렇게 달리 보는 하루가 쌓여 새로운 생각의 습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동화기법’은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한 육체를 가지듯, 건강한 심리적 자극을 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독서와 음악 감상 등 문화생활을 하거나 각자의 힐링 시간을 가지며 감동을 받는 것을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그간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표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꾸준히 영양제를 챙겨 먹는 등 식습관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 원장은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오는 법”이라며 “현대인 대부분은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마그네슘 결핍에 걸려 있는데 틈틈이 이를 보충해줄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피로도를 줄이는 중요한 팁”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자리부터 찾는 것을 이 원장은 “자폭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술 마실 때 잠깐 잊고 있던 스트레스는 다음 날이면 되살아난다. 그 순간만 잠시 잊고 있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면 안 그래도 부족한 마그네슘이 빠져나가 근육이 경직되고 오히려 체력이 더 떨어져 피로의 굴레에 빠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