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이 미적분…학원들 3년이상 선행학습
"왜 아이 방치하나" 학원 공포마케팅에 학부모 불안
"과도한 선행학습 집착땐 문제행동으로 이어질수도"
◆ "영어는 중학교 입학 전 만점"
영어 선행학습을 유아 때부터 시켜야 한다는 건 이곳에선 상식이다. 외국에서 살다 온 '리터니(Ruturnee)'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김 모씨(40)는 5세·7세 자녀를 두고 있는데 최근 다니던 영어유치원을 그만두고 개인 과외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 수준이 너무 높아 따라가기 벅찼기 때문이다. 교재 수준은 이미 중학생 수준을 뛰어넘었고, 매 수업마다 20~30줄 작문을 해야 하는 건 기본이었다.
눈길을 수학으로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부터 수능 영어시험이 절대평가제로 바뀌면서 수학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대치맘들 사이에서는 늦어도 중학교 1학년까지 미적분은 끝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야 남은 기간 심화문제를 풀면서 수학 실력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안 모씨(47)는 "고등학생이 되면 정말 시간이 없다"며 "영어는 중학교 입학 전에 수능 만점 수준까지, 수학은 중학교 졸업 전까지 고3 진도까지 마쳐야 여유를 갖고 대입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영재고·과학고는 5~6년 선행
영재고·과학고 입시 준비는 보통 초등 4~5학년부터 시작된다. 선 모씨(38)는 초등 6학년 외아들을 6년 전부터 영재수학학원에 보내고 있다. 선씨 아들은 이미 중학 수학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배우면서 수학올림피아드와 화학올림피아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정선(가명)이는 주 5회, 하루 5시간씩 수업하는 과학고 대비 학원에 다닌다. 수학과 과학에 집중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영어나 다른 과목에까지 투자할 시간이 없다. 사실상 내신도 '버린' 상태다. 정선이는 초등학교 때 이미 IBT토플 100점을 넘는 수준까지 영어공부를 해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한다.
이렇게 길게는 5~6년, 짧게는 6개월~1년간 영재고·과학고 입시를 위해 내달린 아이들이 모두 영재고나 과학고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영재고·과학고의 2016학년도 모집정원은 855명에 불과할 정도로 '바늘구멍'이기 때문이다. 과학고에 떨어진 아이들, 이른바 '과떨이'들은 일반고 1등을 목표로 다시 학원으로 모인다.
◆ 선행학습 규제법 비웃는 대치동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7월 한 달간 사교육업체의 선행학습 광고 실태를 분석한 결과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13개 주요 학원들이 평균적으로 3.2년의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의과대학 입학과 관련한 수학 선행학습이 가장 심했다.
대치동의 한 학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고·과학고 입학 대비반을 만들어 '초등 5학년생에게 고교 1학년 과정을 가르친다'고 홍보했고, 대치동의 다른 학원은 '중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의대반'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했다.
이 밖에도 특목고·자사고·의대 진학 대비 프로그램의 수학 선행학습 정도는 평균 3∼5년에 달했다.
영어 선행학습 정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영어학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고교생이 대학 과정을 미리 배우는 AP코스를 운영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이 과정을 듣는다면 무려 7년 이상의 선행인 셈이다.
이처럼 선행이 일반화된 분위기 탓에 선행이 늦은 아이나 부모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직 직장인이었던 전 모씨(40)는 지난해 큰딸 학교에 상담을 갔다가 담임 선생님에게서 "무슨 생각으로 강남 한복판에서 아이를 이렇게 키우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직장까지 그만두고 자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 과도한 선행은 독이 될 수도
하지만 선행학습이 모든 학생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선행학습을 했지만 제대로 개념을 익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제 학년 학교 시험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기도 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선행학습이란 기본적으로 인지 발달 단계와 사고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라며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피상적으로 배우기 쉽고, 반복과 암기 위주의 공부 습관이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영·유아 시기에 과도한 학습환경에 노출되면 학업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녀가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각자 수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은아 차장(팀장) / 김시균 기자 / 김수영 기자 / 안갑성 기자 / 박윤예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 홍성용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1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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