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선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상상이 없는 곳에는 공포도 없다."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ayle, 1988).
심상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의 귀로 듣는 정신활동을 의미한다. 심상을 통해 우리는 과거, 미래는 물론 미지의 세계 어떤 곳이든 가볼 수 있다. 즉 심상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시간과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의 중 학생들에게 미래 기억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들 알쏭달쏭한 표정이다. 경험하지도 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들 = 미래기억을 미리 보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심상을 통해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마음속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시간, 미래의 장소로 가 나의 미래를 경험하고 그것을 나의 미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

신경심리학자 샤롯(Sharot et al., 2007)은 미래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이 어디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미래에 경험할 정서사건들을 마음속에 떠올려보도록 한 뒤 뇌를 촬영해 보았다. 그 결과, 미래사건을 상상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우리의 뇌 영역은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Addis et al., 2007). 즉, 미래 기억 -심상을 통해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투사해 미래 사건들을 마음속에서 미리 경험하는 것- 은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과 유사하게 우리의 뇌에서 반응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미래 기억은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미래기억을 어렵지 않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투사하여 만들어갈 수 있다. 더욱이 미래기억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정서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및 행동화 경향성을 높이기도 한다.
어떤 심상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분이 달라진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실험 패러다임을 통해 심상과 정서의 관계를 연구해온 에밀리 홈즈(Emily Holmes)와 동료들은 우리가 어떤 사건의 의미에 집중하여 생각하는 것보다 사건을 심상으로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정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보았다.

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련의 스크립트를 컴퓨터 화면에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한 집단에게는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이야기의 의미에 집중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른 한 집단에게는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마치 영화를 보듯 마음속에 심상으로 떠올려 보라고 지시하였다. 결과 긍정적인 스크립트를 심상으로 떠올려보도록 또는 부정적인 스크립트를 심상으로 떠올려보도록 훈련받은 집단은 스크립트의 의미에 집중해보도록 지시받은 집단보다 긍정정서 또는 부정정서가 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Holmes & Mathews, 2005; Holmes et al., 2006).

즉 심상이 정서에 미치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떠올리는 미래에 대한 심상이 우리의 정서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나의 정서 상태를 살펴보자. 아마도 홈즈 박사의 연구팀에서 나온 결과와 유사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내일 멋진 사람과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보자. 한달 후 원하던 학교, 원하던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는 장면을 그려보자. 5년 후 대기업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기분이 어떠한가? 반대로 내일 사귀던 사람으로부터 이별 통보받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10년 후 병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 기분이 어떠한가?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골룸이란 캐릭터가 나온다. 결정의 기로에 서서 골룸은 한번은 악마의 이미지 한번은 선의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번갈아 떠올린다. 이미지 속의 어느 쪽과 손을 잡을 것인가에 따라 골룸의 행동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심상을 그려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행동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종종 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난 후 이를 현실화하려는 소망이 극대화되면서 행동으로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 특히 그것이 미래의 어떤 결과와 관련된 것일 경우 이를 현실화하려는 욕구가 극대화될 수 있고, 따라서 자신이 그리는 이미지를 행동화하려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경험하지 않은, 자신의 미래 기억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미래의 특정 시간, 그리고 미래의 특정 공간을 마음에 투사하여 그려보아라. 그리고 가능하면,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그리고 되고 싶은 자신의 미래를 마음속에 매일 1분간이라도 떠올리고 그곳에 머물러 보아라. 그곳에 도달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 참고문헌
  • Addis, D. R., et al. (2007). Remembering the past and imagining the future: common and distinct neural substrates during event construction and elaboration. Neuropsychologia. 45(7): 1363-1377.
  • Sharot, T., et al. (2007). Neural mechanisms mediating optimism bias. Nature 450(7166): 102-105.
  • Holmes , E. A. and Mathews , A. ( 2005 ). Mental imagery and emotion: A special relationship? Emotion, 5 , 485-497.
  • Holmes , E. A. , Mathews , A. , Dalgleish , T., and Mackintosh, B. (2006 ). Positive interpretation training: Effects of mental imagery versus verbal training on positive mood . Behavior Therapy , 37 , 237 - 47.
  • 글. 이종선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King's College London, Institute of Psychiatry에서 우울의 인지편향수정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울장애의 컴퓨터 기반 인지편향 수정법(Cognitive Bias Modification) 프로그램의 효과 등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웹기반 인지편향 수정 프로그램의 개발 및 효과 검증 그리고 심상, 미래 기억 등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23&UID=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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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알'은 좀비다. 다른 좀비들보다 젊고 잘 생기기는 했지만, 배가 고프면 산 사람의 살과 내장을 뜯어먹어야 하는 좀비다. 그의 몸에서는 좀비 특유의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입가에는 사람을 뜯어먹다가 묻은 피가 얼룩져있다. 어느 날 알은 친구들과 인간 사냥에 나섰다가 '줄리'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줄리가 좀비가 아니고 인간이라는 것. 먹잇감과 사랑에 빠지다니.
조나단 레빈(Jonathan Levine) 감독의 2013년 작 '웜 바디스(Warm Bodies)'는 인간과 사랑에 빠진 좀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좀비와 인간은 전쟁 중이다. 좀비들은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들은 좀비를 피해 높은 성벽을 쌓고 살아간다. 가끔 좀비 사냥을 할 때만 밖으로 나갈 뿐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과 좀비를 나누는 기준은 몸의 온도다. 인간은 심장이 뛰기 때문에 따뜻한 피가 도는데, 좀비는 심장이 뛰지 않아 차가운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따뜻한 몸들이고, 좀비는 차가운 몸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좀비 알에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멈춰있던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알에게서 시작된 이상 증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좀비들 사이에 퍼진다. 좀비들의 심장에 불이 들어오고, 좀비들의 몸은 점점 따뜻해진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좀비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차가운 손으로 사람들을 공격했던 좀비들은 이제 따뜻한 손으로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따뜻한 육체를 갖게 된 좀비들이 이제는 따뜻한 마음까지도 갖게 된 것이다.
로렌스 윌리엄스(Lawrence Williams)와 존 바지(John Bargh)가 2008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은 좀비만이 아니라 인간도 몸이 따뜻해지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실험 진행자는 실험에 참여할 학생을 심리학과 건물 로비에서 만나 실험실로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실험참여자가 로비에서 진행자를 만났을 때 진행자는 커피가 담긴 컵, 클립보드 그리고 교과서 두 권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실은 심리학과 건물의 4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험실로 올라가는 도중에, 진행자는 참여자가 실험에 참석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너스 점수를 주기 위해서 참여자의 이름과 참가시간을 클립보드에 있는 참가확인서에 기재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잠깐 동안 커피 컵을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실험의 핵심은 바로 컵에 담긴 커피 온도에 있었다. 한 조건에서는 컵에 따뜻한 커피가 담겨 있었고, 다른 조건에서는 차가운 아이스커피가 들어 있었다. 실험실에 도착한 참여자들에게는 A라는 익명의 개인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주고 인상을 형성하도록 했다. 결과에 따르면, A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상은 그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잡고 있던 컵에 어떤 커피가 담겨 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따뜻한 커피가 든 컵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아이스커피가 든 컵을 들고 있던 사람들보다 A를 더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의 실험에서는 몸이 따뜻해진 사람들이 실험참여의 대가로 자신이 가지고 갈 수도 있는 선물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양보하는 비율이 물리적 차가움을 경험했던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몸이 따뜻해지면 사람들은 따뜻한 눈길로 타인을 바라보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 좀비처럼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어주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알'처럼 달라진 좀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 Williams, L. E., & Bargh, J. A.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 322, 606-607.
  • 글. 전우영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회적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다양한 사회적 자극이 어떻게 우리의 판단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21&UID=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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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낸 오은영 박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고 수긍해주는 것이 욱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육아의 제1 원칙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하면 '그렇지' 수긍해주세요. 어떻게 노는 게 더 재밌지 공부가 더 재밌겠어요."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내가 자주 욱한다면, ‘나는 왜 자존감이 낮을까?’에 대해서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말에 ‘내가 무슨 자존감이 낮아? 내가 얼마나 잘났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난다면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장에 밑줄을 그은 후 조용히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넣기 위해서다. 그의 새 책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코리아닷컴 발행)에 나오는 이 대목은 ‘묻지마 살인’과 보복운전, 아동학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신문 사회면에서 빠지지 않는 이 ‘분노공화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저지르는 것이 어디 강력범죄뿐이랴. 뒤끝 없다고 자처하는 나의 ‘욱’은 주위에 감정의 오물을 튀기고, 소중한 사람들의 내면을 할퀴며, 사랑하는 내 아이의 영혼에 깊은 내상을 입힌다. 그렇게 터트린들 내면에 화평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다짐하지만 어느새 분노 게이지는 높아져 나도 어찌할 새 없이 터져버리기가 반복된다. 분노는 그렇게 힘이 세다. 


오은영 박사를 2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어떻게 하면 ‘욱’을 없앨 수 있을까 물었다. 지난달 발간된 그의 책은 온라인 서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위협하며 2위에 올라 있다. 

-욱하는 것과 자존감이 무슨 관계인가?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생각하는 개념이다. 자신감과는 다르다. 자존감이 높고 건강한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나, 이상한 사람과 섞여 있을 때나, 누가 날 공격할 때나 변화가 없다. 실패, 성공, 위기 상황에서도 별로 편차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좌절을 잘 이겨내고, 누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땡큐’도 잘하고, ‘쏘리’도 잘한다. 


반면 한국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난 자존심이 센 사람이야’는 자존감이 낮다는 증거다.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승복을 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다. 부정적인 타인의 감정이 나에게 왔을 때, 이걸 공격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꾸 화를 낸다. 충고나 피드백도 잘 안 받아들인다. 내가 자꾸 욱하고 화를 낸다면 나의 자존감과 감정조절 문제를 잘 점검해 봐야 한다.”


-국어사전은 ‘욱하다’를 ‘앞뒤를 헤아림 없이 격한 마음이 불끈 일어나다’로 풀이한다. ‘욱’이란 무엇인가.

“딱딱하게 뭉친 감정의 덩어리다. 인간에게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 모두 중요하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긍정적 감정’은 표현하는 사람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모두 편안하다. 하지만 슬프고, 화나고, 열 받고, 좌절하고, 불안하고, 속상하고, 고통스러운 ‘부정적 감정’은 느끼는 사람도, 그걸 표출할 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모두 불편하다. 그래서 잘 못 다룬다. 특히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이런 감정들을 억압, 억제하도록 가르쳐왔다. 하지만 그런다고 감정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남아서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 그게 쌓이고 뭉쳐 있다가 압력솥처럼 폭발하는 게 ‘욱’이다.”

-어른만 욱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욱한다. 과도한 학습부담 때문인지 분노가 많고 공격적인 아이들도 많아졌다.

“행위가 아니라 원인을 봐야 한다. 아이가 자주 욱한다면 어릴 때부터 아이의 분노, 화, 울음, 신경질 등 부정적 감정을 부모가 수긍을 안 해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냥 인정해 줘야 한다. 옳다는 게 아니라 ‘네가 화났다는 걸 알겠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공감만으로도 분노는 크게 완화된다. 아이의 격분이나 화를 어른들은 두려워한다.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을 치받는 애가 될까 봐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가르치고 훈계하려 든다. 아이는 감정이 수긍되지 못하니까 억압, 억제하고 그러다 결국 욱하게 된다. 화를 내는 아이에게 부모가 ‘그거 나빠. 너 나쁜 아이야’라는 메시지를 흔히 주는데 좋지 않다. 화가 났을 땐 화도 내야 한다. 화도 중요한 감정이다. 단 적절한 방식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는 ‘욱’을 보자기 같은 감정이라고 말한다. 분노, 섭섭함, 억울함, 화, 적대감, 비장함, 절망, 애통, 슬픔 등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뒤엉킨 채 보자기에 싸여져 있는 게 ‘욱’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욱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자기를 열어 그 안의 감정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의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부모(자기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를 보살피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런데 책에서 나이든 부모님은 절대로 안 바뀌니 사과 받고 싶어하지 말 것을 권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의존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대체는 부모-으로부터 사랑이 필요할 때는 사랑을, 위로가 필요할 때는 위로를,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의존적 욕구다. 본능적인 것이고, 반드시 부모가 만족스럽게 채워줘야 한다. 이것이 결핍되면 두 가지 감정이 생긴다. ‘어떻게 이들이 나에게 이럴 수 있지’ 하는 분노와 ‘내가 오죽 못났으면 부모 사랑도 못 받았을까’ 끊임없이 우울하고 좌절스런 감정이다. 우울했다가 분노했다가의 반복이다. 일평생 의존적 욕구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왜곡되고 과도한 것들이 생겨난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너무 척박하게 살았다. 밥 안 굶기고, 학교 보내는 것만으로도 죽을 고생을 다해야 했다. 그런 부모에게 힘들게 얘기해봤자 노여워하고 섭섭해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 감정을 수용 받지 못하는 경험을 또 하게 되면 더 상처가 된다. 하지만 내 감정의 주인은 나다. 그걸 소화하고 처리하는 것도 나다. 부모의 사과, 배려, 위로가 도움이 될지언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내가 나의 감정을 직면하고, 보자기를 열어 ‘나는 어떤 때 화를 내지?’ ‘이게 진짜 화야? 다른 감정이 화로 표현된 것 아닐까?’ ‘나는 왜 불안하면 화를 낼까?’ 등을 디테일하게 스스로 분석해봐야 한다.”

-미국식 육아 방침에 따르다 보면 아이에게 질질 끌려 다니게 되고, 프랑스식 육아 방침을 추구하다 보면 타이거맘이 된다. 육아의 헌법은 무엇인가.

“절대로 아이에게 욱하면 안 된다. 아이들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야 하는 건 만고의 진리다. 문제는 아이에게 반드시 지침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Firm and Warm’, 단호하지만 다정한 태도로 지침을 주는 것이다. ‘우리 딸, 약 먹을까요?’ 틀렸다. 그건 선택의 문제도 아니고, 아이에게 결정권이 있는 문제도 아니다. ‘약 먹어라’고 말해야 한다. 지침이란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동의하든 안 하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따르는 것이다. 이걸 헷갈리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애가 징글징글 말을 안 듣는다는 게 모든 부모의 하소연이다.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욱하지 않기가 어렵다.

“자꾸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다면, 지도나 지시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거나 동영상을 찍어서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내용만 전달했다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 예컨대 아이가 자꾸 놀이터 안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집에서 나가기 전에 미리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한다. 지키지 않으면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말한 후 실제로 단호하게 집행한다. 애가 난장을 쳐도 그 꼴을 보셔야 한다. 애를 비난하거나 ‘너 또 그랬지. 못살겠다’, ‘안되겠다, 너’ 같은 양육포기 선언은 하면 안 된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자전거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나아진다.”

학습은 부모와 아이의 분노가 격돌하는 한판승부의 장이다. 그가 책에 쓴 대로 “아이를 키우면서 성과, 효율성에 집착하면 욱할 일이 많다.” 학원 보내며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면, 분쟁은 불가피하다. “부모는 부모의 최선을 다할 뿐이고, 결과는 아이의 몫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언제나 조건이 없어야 한다”지만, 지키기 어려운 금과옥조다. 

-부모들이 자주 욱하는 원인 중 하나가 아이들 공부다.

“공부라는 건 머릿속에 지식을 담는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릇이 바로 정서적 안정감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넣어줄 수가 없다. 그릇이 깨지면 내용은 다 샌다. 혼내고, 야단치고, 소리지르는 것은 절대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없다. 많은 부모들이 공부를 많은 양의 지식을 빨리 집어넣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가르치려고 하니까 굴복의 기전이 들어가는 것이다.” 

-공부 시키지 말라는 얘긴가. 

“과도한 사교육은 심각한 문제지만, ‘공부 시키지 마세요’는 틀린 얘기다. 적절하게 인지적으로 학습을 시키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다만 그릇 안에 많이 빨리 담으려는 것이 문제다. 공부란 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학습을 하지 않으면, 뇌가 잘 발달을 안 하는 건 사실이다. 미·적분을 배우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하고 나중에 다 잊어버릴지언정 그걸 통해 훗날 살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갈 수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점수와 성적만 생각한다. 10개 중 9개를 틀려도 나머지 하나를 맞추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과 자기신뢰감이 생긴다. 그 과정이 공부다.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것을 빨리 넣어주려고 하면 10개 중 9개를 맞고도 루저가 된다. 우리가 지금 그러고 있다. 모두가 공부를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만 생각한다. 공부를 한다는 건 설령 꼴등을 하더라도 열심히 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는 경험은 인생의 기본 자세이자 자산이다. 한 문제도 못 맞췄더라도 머리 쥐어뜯으며 새벽 두 시까지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면 과일장수를 할 때도 그 경험에서 도움을 받는다. “공부를 통해 네가 균형 있게 성장하고, 최선을 다하는 걸 배우고, 몰랐던 걸 하나씩 알아가면서 너의 효능감, 너 자신을 신뢰하고 틀린 것을 수정해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인생도 틀리면서 배우고 잘못하면서 깨닫는 거거든.” 이게 공부의 목표여야 한다.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아이에게 왜 포기했냐고 물으니 ‘전 틀렸어요. 성적이 안 돼요, 선생님’ 하더라.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야 할까.”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출처: http://www.hankookilbo.com/m/v/8ab2d8ce55d143c29340bb6a6b0fe5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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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성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우리 사회에는 유독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소위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쉽게 말해 '안전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증세'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증상이 왜 우리에게는 이렇게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것일까?
한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회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행동 특징을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회의 공통적 성격, 즉 '문화(文化)'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 "왜 우리는 안전에 둔감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라고 질문해야 하고, 그 대답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한국 문화는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우리 민족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불감증'이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잘살 수 있는 한 가지 방편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참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설명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한강의 기적'을 내세운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경제적 업적을 우리는 단 몇십 년 만에, 그것도 전쟁의 참화 속에 완전히 잿더미가 된 상태에서 이룬 것을 자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렇게 빨리 경제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한국 사람들이 능력이 많고 부지런하게 일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착실하게 차근차근 성과를 축적해가기 보다 '빨리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의 생활이 몸에 밴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을 쓰며 안전하게 일을 하려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는 '꽁생원'이나 '쩨쩨한 사람' 또는 심하게는 '쪼잔한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무모하게 일을 진행하거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성과를 빨리 내는 사람을 '통이 큰 사람'이라든지 '배짱이 있는 사람' 또는 '융통성이 있는 사람' 등으로 부르면서 오히려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강하다는 것이다. 낙관주의(樂觀主義)를 '세상과 인생을 희망적으로 밝게 보는 태도'라고 정의한다면, 낙관주의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세다. 하지만 낙관주의가 진정한 위로와 힘을 주려면 그것은 현실적(現實的)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 희망적 태도의 근거가 현실적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가지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현실이 살아가기에는 비관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Kierkegaard, Soören Aabye)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였다. 절망에 삶은 결국 '죽음을 사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서는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비현실적'으로나마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당연히 안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제는 '현실적 낙관주의'를 가질 만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문화를 바꾸지 못하는 한 우리는 아직도 '과거'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 단지 경제적으로 윤택해진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 자체가 인권을 존중하고 인명을 제일 귀하게 여기도록 바뀌어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된다.
  • 글. 한성열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심리학, 통일심리학, 성인심리학 등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한국 문화와 상담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13&UID=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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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누미야 요시유키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현재 같은 대학에 다니는 사람 중 평소에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친구(대부분 같은 학년)와의 의견 불일치 시의 대처전략에 대해 비교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 학생은 남녀 모두 일본과 미국 학생에 비해 '지배'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해결전략으로서는 회피, 지배, 양보, 타협, 통합의 다섯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들 중 '지배' 전략의 사용은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지배' 전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도록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대처방식이다. 논의를 주도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한다.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경쟁구도를 설정하여 상대방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갈등해결방식으로서의 '지배' 전략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관철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많은 민·형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사회다. 2009년의 자료를 예로 들어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09년의 민사사건은 한국 413만여 건, 일본 240만여 건으로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한국의 인구 1인당 민사사건 건수(0.083)는 일본(0.019)의 약 4.3배이다. 그리고 최근 일본의 민사사건 건수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한국의 민사사건 건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2009년에 발생한 형사사건도 한국 197만여 건, 일본 121만여 건으로 한국의 인구 1인당 형사사건 건수(0.039)는 일본(0.009)의 약 4.1배다.
한국에서 일본보다 많은 형사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 이른바 '민사사건의 형사화' 때문이다. 민사 채권자들이 채무자로부터 받을 돈을 민사소송을 통하여 받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여 채무자를 사기죄나 횡령죄로 고소하여 우선 구속시키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고소·고발이 유달리 많으며 2013년 기준으로 검찰과 경찰을 합한 고소·고발 건수는 69만9865건에 달한다. 인구 1만 명당 약 73.2건 꼴이다.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1만 명당 약 1.3건)에 비해 6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민사사건의 형사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조정과 타협에 인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경제 관련 형사사건 이외의 심각한 사건·사고도 많은 사회다. UN의 범죄조사통계(Crime Trends and Operations of Criminal Justice Systems)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살인발생건수는 한국(2012년)이 0.84명이고 일본(2013년)은 0.28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약 3배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2년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은 10.8명이고 일본은 4.1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약 2.5배였다. 또한, 2012년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은 2.4명이고 일본은 0.6명으로 한국은 일본의 4배였다.
재산 관련 분쟁으로부터 이러한 극단적인 범죄와 사고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비하면 심각한 갈등에 휘말리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한국사회의 특징이다. 한국과 일본 간에 이러한 민·형사 사건 건수에 차이가 있다면 거기까지 발전하지 않았던 크고 작은 싸움의 발생 건수에는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큰 차이가 있다면 수면 아래에 숨어있는 부분에도 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한국에서의 갈등이 그렇게 많은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사회는 일본사회보다 상대적으로 일반적 신뢰(일반인 신뢰, 낯선 사람 신뢰)와 대부분의 제도신뢰(사회기관 신뢰, 제도공정성 신뢰, 지방행정부 신뢰, 사법부 신뢰)가 낮고 공동체 기반이 약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방지하거나 조정하는 공동체의 기능이 약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 이동성(한국은 일 년에 전체 인구의 20%가 이동하지만, 일본의 인구이동은 한국의 1/4밖에 안 된다.)으로 인해 단단한 공동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사회에 비해 한국사회의 갈등 억제력이 약한 것이다. 공동체 기반이 보다 강한 사회에서는 갈등을 외재화 시키려면 평판의 하락 등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공동체 기반이 약한 사회에서는 갈등을 일으켜도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갈등 외재화의 동기는 강해진다.
이러한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강한 주체성이 요구된다.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는 강한 주체성이 매우 적응적이며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존중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한 갈등 상황에서는 그러한 태도나 전략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며 일방적으로 큰 손해를 볼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억울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강한 주체성을 발휘해야만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곳이 한국사회다.
한국은 일본보다 갈등이 많은 사회이기 때문에 강한 주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적 과제가 된 것이다. 한편 일본은 한국보다 갈등이 적은 사회이기 때문에 강한 대상성을 형성하는 것이 문화적 과제가 된 것이다.

즉, 한국인이 자신을 대인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심적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의 지향성을 중시하는 주체성 자기가 강한 것은 외재화 된 대인적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며, 일본인이 자신을 대인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주변적 존재로 간주하고 상대의 지향성을 존중하는 대상성 자기가 강한 것은 그러한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글. 이누미야 요시유키
  • 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고려대학교, 명지대학교, 서강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문화심리학, 종교심리학, 일본문화의 이해, 비교문화심리학, 사회심리학, 건강심리학 등을 강의해 왔으며, 현재 서정대학교 애완동물과 일본어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12&UID=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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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규석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한국심리학회가 70번째 생일을 자축하면서 풍성한 학술잔치를 벌였다. 1946년에 7명의 심리학자로 출발한 학회가 이제 16,000명이 넘는 회원 수에, 15개 분과학회를 갖추고, 전문학술지 13가지를 발간하는 정도로 성장하였다. 전임 학회장 몇 분들께서 여러 분야의 학술활동 성과를 점검하고 과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한국심리학회의 현황을 놓고 보았을 때 모든 국내의 학회를 통틀어서 가장 활성화된 학회라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매우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 까닭은 우리는 여전히 '달빛 학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7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햇빛 학문'을 하기보다는 연구와 응용하는 힘을 스스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구미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해는 자가발전을 하면서 만물을 살리는 햇살을 천하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햇빛을 받아서 반사하기 때문에 어슴푸레한 달빛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예술 장르나, 반도체, 가전 산업 등의 분야에서 한국은 해처럼 자가발전을 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살이를 들여다보는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학자들 대부분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물론 개념과 이론마저도 미국과 유럽이라는 해가 내뿜는 빛을 받아서 쓰고 있다.

('햇빛 학문'과 '달빛 학문'의 비유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의 전임 회장이었던 항공대학의 최봉영 교수가 '교수신문'의 글에서 제시했음). 물론 쓸모가 있다고 여기니까 그리한다. 그러나 사람살이가 같지 않기 때문에 달빛이라는 어스름한 빛으로 본다면 보이는 것만 보게 되어 대충 볼 수밖에 없다. 달빛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은 없는 것처럼 여기고, 어스름한 불빛으로 보게 되니까 정확하게 볼 수 없다.

한가지 예로 자기(self)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중등 및 고등 교육을 받으면서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다. 자기에 대한 정체감이 흐릿하면 무언가 잘못 된 것으로 여기고 이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한국의 성인들이 자기정체감을 확고히 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근자에 들어 비교문화심리학의 여러 연구들은 자기 명료성, 자기 일관성은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의 덕목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포착하여 문화적 자기의 특성을 제시한 이론(Markus & Kitayama, 1991)은 심리학사를 통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나'라는 임자가 '너'라는 임자를 만나 독자성을 유지하는 대신에 '우리'로서 '쪽'을 이루어 어울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상호의존적 혹은 상호협조적(Interdependent) 자기'라는 모호한 개념으로는 적절히 다루어지기 어렵다. 두리뭉실하게 다루어질 뿐이다. 문화적 자기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은 확실해졌지만, 한국인의 '쪽' 자기가 어떻게 우리의 부분으로서 기능하고, 영향받고, 변화되며, 한국사회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탐구된 바가 거의 없다. 이론적 개념을 빌어다 번역해서 쓰는 한에서는 두리뭉실함을 벗어 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렇게 대충하면서도 대충한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 학문의 식민성 논의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가실 줄 모른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심리 현상은 우리의 생활 말로 벌어지지만 이를 분석하는 틀과 개념은 외국에서 가져다 비추어보는 것이 식민적 학문하는 모습이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 한자를 빌어다 써야만 학문하는 것으로 여겼고, 우리말과의 개념과 쓰임에서의 차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고 무시하였다. 이황과 정약용이라는 두 걸출한 학자가 이러한 차이에 주목했을 뿐이다.

오늘날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어의 생소한 개념들을 가져다 적용하면서 이 개념들에 맞추어 현상을 재단하였다. 그들 개념을 알아야 우리의 마음과 사회현상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여겨왔다. 사실 우리가 익숙한 심리학의 이론은 구미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을 파악하고 이론화시킨 토착 심리학이다.

1970년대 필리핀의 심리학자 엔리쿠에즈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필리핀 사람을 연구하면서 이를 깨닫고 '토착(indigenous) 심리학'이란 용어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고 최상진 교수(2011)가 이에 눈을 뜨고 한국인의 마음을 우리말로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구미인들의 사회와 삶에서 개인이 중심에 있기에 '자기'니 '정체성'이니 하는 것들이 심리학에서 핵심개념으로 다루어진다. 심지어는 연인관계마저도 정체감의 융합으로 설명하려고 든다. 그래서 서구의 대표적인 인류학자 기어츠는 미국을 그야말로 '독특한(peculiar)' 문화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독특한 문화의 심리학 이론들은 참고용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통째로 가져다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적용하고 분석의 틀로 삼는 것이 식민지 학문이고, 바로 달빛 학문 이다.
마인드는 마음이라고 번역되어 같은 의미라고 여겨지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만 유사할 뿐, 실생활 속에서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마음'은 심장에 비유되며 다스리는 의지(마음먹기, 마음챙김 등)와 상대방과 주고받는 돌봄의 의미(마음 주고받기 등)가 강하다.

반면, '마인드'는 머리에 비유되며 생각, 기억, 인지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서구의 심리학이 20세기 후반에 펼쳐지는 정보혁명과 더불어 크게 발전한 것은 인간의 마음을 정보의 기억과 운용과정으로 보는 서구인의 마음 관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런 정보처리 관점에서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인의 토착 심리학이 보편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마음에 대한 이해로 충분한가?
 
서구인의 마음씨가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듯이, 우리의 마음씨도 우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서구인도 돌봄의 마음, 의지로서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런 의미로 쓰기도 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 이라는 용어의 사용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사람의 본질을 개체로서가 아니라 어울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우리성을 삶의 중심에 두어온 한국인의 심성에 대한 연구와 이론의 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간의 본질로서의 우리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온전한 인간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의 균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맞고 있는 생태계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우리말의 뜻과 쓰임새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의 토착 심리학은 우리의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말의 쓰임에 관심을 두는 학자들이 많아야 비로소 햇빛 학문으로서, 환한 빛을 사위에 내뿜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 ※ 본 글은 최봉영 교수와의 대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 최상진 (2011). 한국인의 심리학. 서울: 학지사.
  • 한규석, 최상진 (2008). 마음의 연구와 심리학: 마음의 문화심리적 분석에 바탕한 심리의 작용 틀.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27, 281-307.
  • Markus, H., & Kitayama, S. (1991). Culture and the self: Implications for cognition, emotion, and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98, 224-253.
  • 글. 한규석
  • 미국 Ohio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사회심리학의 이해'(4판 출간 예정)를 저술하였으며, 현재 한국인의 마음의 특성, 서열교류 양상, 도덕성 발달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9&psyNow=11&UID=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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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파고 넘는 CEO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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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화두다. 특히 심각한 부실이 가시화된 조선 3사와 해운, 철강 등의 산업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전례 없는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것은 비단 한국의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는 지금 공급과잉과 인구의 노령화, 그리고 국제 정치적 이슈들로 인해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4의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발달과 혁신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들 역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조직의 역량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특히 다음의 다섯 가지 인사조직 어젠더를 실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인사부서 또는 최고인사책임자(CHRO)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① 변화의 주도 
인사부서에 추진력을 부여하라
 

성공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권력 갈등이 아니라 계획된 협업이 필요하다. 장기적 계획과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야 하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마인드셋이 변해야 하며, 모든 리더들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인사부서가 변화를 추진하고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이때 최고 경영진과의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직의 문화와 같은 무형자산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특별히 구조조정의 과정에서는 직원들이 경영진과의 단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기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4C활동(Connect, Control, Career, Capability)'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② 바람직한 문화 
조직문화와 전략의 연계성 점검
 

문화는 창의력 시대에 점점 더 중요한 조직의 핵심 역량이 돼 가고 있다. 과거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어쩌면 많은 기업들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는 더 이상 바람직한 문화가 아닐 수 있다. 

지금의 바람직한 문화는 회사의 목표와 직원들의 행복에 대한 열망이 양립할 수 있게 해주며,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배우게 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더욱 뛰어난 미래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물론 현재의 성공에 기여한 모든 문화적 유산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이고 열린 시각에서 개선할 부분들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문화와 전략의 연계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③ 고성과 조직화 
수시로 피드백 주고받는 시스템
 

일반적으로 고성과 조직은 전략적 목표를 위한 명확한 책임을 부여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여 구성원들을 이해시킨다. 그리고 이것에 근간한 보상과 인정, 나아가 도전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성취의 동기를 부여한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수십 년간 큰 틀의 변화 없이 운영했던 성과평가시스템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특히 연간 단위로 부여되던 등급 중심의 성과평가시스템을 폐지하고 다양한 동료와 상사가 수시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형식적인 성과에 대한 관리보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예를 들어 어도비는 2012년 전통적인 성과평가 대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비공식적인 제도인 '체크인(check-in)'이라는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④ G3 시스템 
수뇌부 3인의 효과적 의사결정
 

시의성 있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그리고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참여하는 일명 G3 미팅을 구성해 활용해야 한다. 재무적 숫자와 이러한 숫자를 생산해내는 사람 및 조직을 연결해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에 앞서 CHRO는 인사조직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사조직의 측면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사부서 역시 각종 인적자본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된 인재들로 구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직원들을 고객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하는 노력을 제안한다. 최근 고객경험이 화두인 것처럼 바람직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⑤ 미래경쟁력 
전사적 역량 재점검의 기회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전략에 필요한 조직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기반해 인재의 확보 계획과 모든 종류의 기술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미래의 기술과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고, 과거의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재배치해야 하는가 등의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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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글, 마이크로스프트, 그리고 애플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매우 혁신적이다.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새로운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의 큰 변화로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전례 없던 도전에 직면했다. 그동안 경영자들은 기술과 재무적인 관점에 집중해 단기간에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인사조직경영의 관점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장기적인 성공 신화에 도전해보길 기대해 본다. 

[권오성 한국에이온휴잇 대표]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52633&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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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면 사회성 떨어져 리더에 적합치 않다고?


■ 크리스티나 시몬 IE 비즈니스스쿨 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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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영세계에서 진정한 리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수의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사회성이 뛰어나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을 하며 본인의 매력으로 청중을 설득시키는 게 '진정한 리더'라고 느껴질 것이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긴 하다. 

그렇지만 항상 예외는 있었다. 스티브 잡스처럼 앞서 말한 리더의 모습에 해당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리더가 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 한 가지가 떠오른다. 과연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우리는 성격에 관한 편견들을 따지고 봐야 한다. 외향적인 사람들(extroverts)에게 반드시 사회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내성적인 사람들(introverts)은 태생적으로 수줍은 사람들이 아니다. 각 개인이 어떻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본인이 속한 환경에서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무언가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예를 들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긴 하루를 마치고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함께 웃고 떠들고, 혹은 TV에서 방영하는 운동경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똑같이 긴 하루를 보낸 후 나를 포함한 내성적인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거나, 아주 친한 사람들과 모여 조용한 저녁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팀을 이끄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들,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며 교류하는 행사에서 조용하게 가만히 있는다는 의미 역시 아니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행사에 기여한다. 하지만 MBTI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성격 유형 검사는 우리가 놓인 환경과 상황에 따라 해당 성격이 나타난다고 추정한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실제로 본인이 외향적인 정도보다 더 외향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자들의 성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일명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 해당하는 기술들이 그들의 성공적인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감성지능은 어떠한 사람이 얼마나 내성적인지와는 무관하다. 대신 다섯 가지 요소가 감성지능을 좌우한다. 바로 자기 인식(self-knowledge), 자기 조절(self-control), 동기(motivation), 공감능력(empathy), 사회성(social skills)이다. (굳이 따지자면) 내성적인 사람들이 자기 인식과 자기 조절을 발달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나머지 세 능력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더 발달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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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일러스트 = Miguel Panadero]
나와 같은 내성적인 사람들은 침착하고 어떤 일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생각한다는 강점이 있다. 그렇지만 내성적인 사람들 역시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단지 그 일이 우리에겐 피곤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경영세계의 환경은 복잡하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경제위기 때문에 '중간관리자층' 중 일부가 사라졌다. 그 결과로 직급이 더 높은 관리자들은 더 많은 일을 부담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CEB(Corporate Executive Board)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층이 단순화되는 것은 남은 관리자들이 맡아야 할 업무가 훨씬 많아질 뿐만 아니라, 돌봐야 하는 직원도 늘어나며, 전반적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경영세계의 변동성은 높아졌다. 이는 관리자들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인이 속한 조직문화의 사람들뿐 아니라 동종직종의 사람들과 외부 전문가들과도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이는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매우 '시끄러운' 일이다. 사실 이런 복잡하고 말이 많이 오가는 일은 내성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마음 챙김(mindfulness) 수련이나 명상이 유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명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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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팀원들을 침착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더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리는 내성적인 성격의 관리자들이 경영세계에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직장 내에서의) '다급함'이 '침착함'을 갖고 생각하는 능력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성적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정리 =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52636&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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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알파고처럼…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을 어떻게 바꿀까


■ 아리스타네트웍스 이끈 앤디 벡톨샤임 창업자와 제이슈리 울랄 CE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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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이 수표는 앤디 벡톨샤임 창업자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써준 수표를 가상으로 만들어본 것이다. 벡톨샤임의 주소로 나와 있는 곳은 시스코 주소지다.
1998년 8월. 스탠퍼드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당시 25세)와 세르게이 브린(당시 24세)은 당시 시스코의 부사장으로 일하던 앤디 벡톨샤임(당시 44세)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자신들이 학교에서 만든 검색엔진 구글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를 관두고 창업을 할지 아니면 학업을 일단 마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본 것이다. 평소 두 사람과 알고 지내던 벡톨샤임은 학교는 걱정하지 말고 당장 창업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10만달러(약 1억1700만원) 수표를 써주면서 이 돈으로 회사를 만들라고 했다. 구글의 첫 투자자가 된 것이다. 이 10만달러 투자의 가치는 2004년 구글 상장 당시에는 주당 85달러로 2억7200만달러(약 3100억원)로 늘어났고 2010년에는 17억달러(약 2조원)까지 늘어난다. 1만7000배 늘어난 것이다. 

두 사람이 벡톨샤임을 찾은 것은 그가 당시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통해 연쇄적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는 1982년 다른 3명의 창업자와 함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이하 선마이크로)를 창업한다. 선마이크로는 1986년 성공적으로 기업을 공개하고 벡톨샤임은 첫 번째 창업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1995년 선마이크로를 떠나 그레나이트시스템을 창업한다. 이 회사는 1996년 시스코에 2억2000만달러에 인수되고 벡톨샤임은 시스코의 부사장이 된다. 2001년에 그는 키알리아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이 회사가 다시 선마이크로에 인수되면서 그는 10여 년 만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복귀한다. 하지만 그는 또 아리스타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2008년에는 선마이크로를 떠나 이 회사의 수석개발임원(CDO)으로 이직한다. 아리스타네트웍스는 2014년 6월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쳐 현재 기업가치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회사가 됐다. 그사이 그가 2010년 창업한 DSSD라는 스타트업도 2014년 5월 EMC에 인수되면서 그가 지금까지 창업한 5개 회사는 모두 성공을 거뒀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이달 초 모나코에서 열린 EY최우수기업가상 시상식에서 미국 대표로 참석한 벡톨샤임 아리스타네트웍스 창업자 겸 최고개발책임자(CDO)를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는 제이슈리 울랄 아리스타네트웍스 CEO도 함께했다. 벡톨샤임 창업자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풀고 싶어하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아이디어' '회사를 만들고 인재를 모으는 능력' '제품을 판매하고 돈을 버는 경영능력'의 삼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 중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가 울랄 CEO를 영입했던 것처럼 외부의 인재를 쓰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앞으로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innovation)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래는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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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앤디 벡톨샤임 아리스타네트웍스 창업자(왼쪽 첫째)가 제이슈리 울랄 CEO(왼쪽 둘째)와 함께 모나코에서 열린 EY최우수기업가상 행사에서 언론사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EY한영]
―당신은 다섯 개의 회사를 창업해서 모두 성공시켰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흔하지 않은 것인데 무엇이 성공요인인가. 

 앤디 벡톨샤임 창업자(이하 앤디) =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풀고 싶어하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모든 스타트업은 기회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있고 나의 제품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당신은 회사를 만들어야 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직접 실행할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사업적인 성공을 거둬야 한다. 이런 세 가지는 모두 연결돼 있는데 모두 성공해야 한다. 회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이는 제각각 다른 능력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아주 운이 좋았다. 시장에서 좋은 사업기회를 발견했고 과거 몸담았던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을 고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고 결국 큰 회사에 이를 매각했다. 이 세 가지는 한번에 갖기는 어려운 것이다. 

 2009년 과거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향후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제로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됐다.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어떻게 보는가. 

 앤디 = 우리는 여전히 클라우드로 할 수 있는 것의 초기 단계에 있다. 알파고가 좋은 예다. 머신러닝과 AI(인공지능)를 이용해 5~6년 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알파고가 탄생했다. 머신러닝과 AI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컴퓨터와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 인식, 감정 인식, 번역 등을 컴퓨터도 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시장 전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향후 가장 중요한 혁신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들을 위해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회사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는 검색, 소셜네트워크, AI 등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와 같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의해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화와 발달 속도는 비할 데가 없을(unparalleled)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창업했을 때는 인터넷이 이처럼 발전할 줄은 몰랐을 것 같다. 기술의 빠른 발달로 궁극적으로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앤디 = 1980년대 선마이크로가 출발했을때 네트워크 기술의 주된 관심사는 지역(Local) 네트워크였다. 한 빌딩의 여러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에는 전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넷이 가능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졌고 이는 엄청난 변화였다. 

특이점이란 컴퓨터가 자기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되거나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는 것을 말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기 전 유럽챔피언을 꺾었다. 그리고 구글은 알파고가 스스로 대국을 두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분야에만 국한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골프를 잘 칠 수는 있다. 빅데이터 분석도 그럴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의 경우 훌륭한 데이터 분석가가 없다는 것이 주된 문제였다. 주어진 데이터와 패턴을 어떻게 잘 분석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사람보다 데이터 패턴 분석을 훨씬 잘한다. 이와 같은 분야에서는 점점 더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감정과 같은 것을 컴퓨터가 가진다는 것은 아니고 순수한 데이터 분석에만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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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구글의 최초 투자자였다. 당신의 투자가 구글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나. 

 앤디 = 구글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스타트업 중 가장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진 곳이었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양방향적인(bidirectional)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질문을 입력하면 구글 컴퓨터는 당신이 뭘 찾는지를 안다. 그러면 그와 관련된 광고를 (검색결과에 연동해) 보여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검색광고는 과거 배너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또한 이런 검색광고는 광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구글은 디지털시대에 가장 좋은 광고 플랫폼으로 계속 남아 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구글이 창업하기 전부터도 창업자들과 알고 지냈다. 그들의 아이디어에 나도 매료됐고 그들이 창업한다고 했을 때 졸업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고 일단 회사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회사를 위해 10만달러 수표를 써서 줬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구글의 지금 성공이 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이 팀을 만들고 실행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도왔다는 점에서는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큰 스타트업은 아니고 주로 초기 상태의 스타트업들이다. 

 여전히 독일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분야의 강국이지만 IT(정보기술) 분야에서는 그 정도 수준의 강국은 아니다. 베를린에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지만 독일이 이 분야에서 약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앤디 = 베를린에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 하지만 독일에 있는 벤처캐피털의 숫자는 미국의 2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성공한 회사도 있지만 많지 않다. 독일에 좋은 인재가 없어서 IT가 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기회는 제한적이다. 실리콘밸리나 미국에서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독일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는 신생업체로 기존 네트워크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기존 회사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제이슈리 울랄 CEO(이하 울랄) = 기존 회사들과 우리 사이에 3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비전이다. 앤디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둘째는 복잡성이다. 지금의 네트워크 서버는 확장을 하기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성이다. 우리의 경쟁사인 시스코와 주니퍼네트웍스 모두 각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하지만 IT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필요한 서버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테라바이트 단위를 넘어 페타바이트 단위의 저장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수요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 

 무섭게 부상하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생각은. 

 울랄 = 화웨이는 강력한 경쟁자다. 하지만 우리의 주력시장인 미국시장에는 강하지 않다. 반면 우리가 아직 적극적이지 않은 중국에서의 영향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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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앤디 벡톨샤임 아리스타네트웍스 창업자 겸 최고개발책임자(왼쪽)가 제이슈리 울랄 CEO와 함께 모나코에서 열린 EY최우수기업가상 행사에서 미국 대표상을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EY한영]
 많은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을 파괴하려고 할 때 이를 인수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와츠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리스타네트웍스도 유사한 제안을 받았을 것 같은데 왜 인수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공개를 선택했나. 

 울랄 = 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단순히 파괴적 혁신을 막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인수해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인데 우리를 인수하려는 기업은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고객들은 아리스타네트웍스가 큰 대기업에 인수되기보다는 독립적인 회사로 남기를 원한다. 인수 제안은 우리가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앤디 벡톨샤임 창업자는 기업공개와 회사매각을 모두 경험했다. 창업하는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나. 

 앤디 = 이는 케이스마다 다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장이라면 기업을 파는 것이 낫다. 반면 그렇지 않으면 기업공개를 거쳐 성장하는 것이 낫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성장을 위해서는 IPO를 하는 쪽이 나은 기업이었다. 상장 이후 정말 빠르게 고속성장을 했다(선마이크로는 2010년에 오라클에 인수돼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리스타네트웍스도 선마이크로처럼 유기적인 성장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벡톨샤임 창업자는 독일 출신이며 울랄 CEO는 인도 출신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살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다. 왜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고 생각하나. 

 앤디 =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창업을 하기 좋은 곳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와서 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공개를 한 스타트업의 3분의 1이 외국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는 제조업 회사들이 공장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옮기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 파리로 가야 했다. 또한 영화를 만들려면 할리우드에 가야 했다. 실리콘밸리에 테크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울랄 =실리콘밸리는 단순히 미국이 아니라 세계 하이테크의 수도다. 실리콘밸리의 개방성, 창조성을 비롯해 이곳의 코스모폴리탄 문화가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여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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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랄 CEO는 테크 업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간 여성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여성 직원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업계에 비해서 훨씬 낮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에 대한 이공계 교육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울랄 = 아리스타네트웍스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례적인 기업이다. 여성 CEO와 CFO가 있고 이사회에도 나를 포함해 여성이 두 명 있다. 하지만 IT업계 전반적으로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두 딸이 있는데 모두 수학과 과학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내성적으로 변하는 때가 있었다. 여성들에게 기술을 접하게 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최근에 시스코가 아리스타네트웍스에 특허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기업들 간 소송에 대한 생각은. 

 울랄 = 시스코와 소송 중이라 구체적 사안을 언급하기 어렵다. 

 앤디 = 네트워킹 분야는 오픈 스탠더드(기술 표준이 문서로 공개돼 있어 사용이 자유로운 것)가 지배적이다. 시스코가 우리가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패턴은 업계에서는 다 알려져 있는 것이다. 그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실망스럽다. 

 아리스타네트웍스는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데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울랄 = 아리스타는 미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는 이제 막 진출했다. 그중 한국은 우리가 좋게 보고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장이다. 앞선 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문화가 있다. 나는 CEO가 된 이후 3번이나 서울을 방문했는데 그중에는 8시간만 머문 적도 있다.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알려달라. 

 앤디 = 나도 한국에 몇 차례 방문했는데 모든 게 새롭게 만들어진 환경과 깨끗한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스모그가 너무 심했지만 중국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들었다. 한국을 잘 모르지만 미래가 밝은 국가다. 

 울랄 = 테크 기업, 자동차 기업, 게임 기업 등을 보유한 한국은 혁신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 대용량 서버에 정보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불러다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 

[모나코 = 이덕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52637&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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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SB, 뉴욕 총회서 기업가 혁신과 임직원의 주인정신 강조…미국·유럽도 적극 호응


◆ 세계中企협의회(ICSB) 총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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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ICSB 총회 참석자들이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단체 티셔츠를 입고 웃고 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김기찬 ICSB 회장, 루카 이안돌리 나폴리대 교수(차기 ICSB 회장), 마리아노 마이어 아르헨티나 중소기업비서관,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영섭 중기청장, 마리아 콘트레라스스위트 미국 중기청장, 송재희 중앙회 부회장, 임홍재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 사무총장, 김순철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박광태 중기학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뉴욕 = 정순우 기자]
"지금까지 기업가정신이 기업인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기업가정신은 오로지 사람과 사회, 그리고 환경에 이로운 것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지난 15일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미국 뉴욕·뉴저지 일대에서 열린 제61차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총회를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The Humane Entrepreneurship)'이었다. 총회 기간 중 연사로 나선 각국 기업인, 연구자, 정책담당자들은 글로벌 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기업 중심 기업가정신'에서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은 세계 경제의 양적 성장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이 단순한 이익보다 한층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돼 온 연구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60차 ICSB 총회에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변환점을 맞았다. 김기찬 ICSB 회장은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란 기치를 내걸고 지난 1년간 관련 백서를 발행한다는 목표로 집중적인 연구를 해왔다. 이번 연구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송창석 숭실대 교수, 강명수 한성대 교수, 배종태 KAIST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가정신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살바토레 제키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소기업 워킹그룹 의장, 테드 졸러 미국 중소기업학회장 등 글로벌 석학도 대거 참여했다.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필립 코틀러의 대표작 '마켓 3.0'을 공동 집필한 허마완 카타자야 인도네시아 ICSB 회장 역시 연구진에 포함됐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Envisioning(비전 제시) △Enthusiasm(열정·도전) △Enlightenment(변화·개선) △Experimentation(혁신) △Excellence(탁월함) △Empowerment(권한 위임) △Ethics(윤리성) △Equality(공정함) △Engagement(동기부여) △Ecosystem(생태계 조성) 등 알파벳 'E'로 시작하는 10개 키워드로 요약된다. 

기업가가 미래환경을 예측하고 열정적으로 혁신을 주도하며 탁월한 성과를 추구하는 가운데 종업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스스로 주인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가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하면 구성원은 흥이 나서 일하고 이것이 고용 창출, 건강한 사회로 연결된다는 것이 요체다. 

김 회장은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의 모든 덕목은 기업가 스스로 청지기라는 자세로 높은 윤리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6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에서는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백서를 발표한 후 김 회장,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영섭 중기청장,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등 한국 대표단 50여 명이 사전에 제작한 단체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전 세계 각국 참가자들에게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홍보했다. 한국 대표단의 깜짝 퍼포먼스에 관심을 보인 수많은 외국인 참가자도 기념촬영에 동참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낸 가장 큰 이유는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SDGs는 빈곤 탈출, 기아 해결, 생태계 보존 등 2030년까지 유엔이 이루고자 하는 17개 목표를 의미한다. 이 같은 목표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인권과 환경, 사회 안정 등에 기여해야만 가능하다. 이번 ICSB 총회 주제가 '지속가능개발목표 추진을 위한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역할'이었던 만큼 지속 가능한 기업의 발전에 대한 고민은 총회 내내 계속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ICSB가 제안한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에 긍정적 반응과 함께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양질의 직업을 만들어 내고 환경을 보호하며 보다 통합된(inclusive) 사회를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창의적인 해법을 도출해내길 기대하며 유엔도 중소기업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반 총장은 ICSB 총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외부 출장 일정이 겹쳐 영상메시지로 대체했다. 

김 회장은 "이번 ICSB 총회는 반 총장의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 세계 각국의 중소기업 담당부처 장관급 인사가 대거 참가해 협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뜻깊은 행사였다"며 "올해 행사를 계기로 세계 중소기업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뉴저지 = 정순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38676&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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