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업계 넘버원 `스포티파이` 위트넘치는 비틀스 해시태그로 대박 입소문·초대…소셜미디어에 최적화
5년이 지나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음반시장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뉴스가 나왔다. 비틀스 스튜디오 앨범 전체를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모든 합법적 음악 스트리밍 업체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구글 플레이나 아마존 프라임뮤직 등 다른 업체들도 똑같은 거래를 만들었지만, 이 뉴스는 스포티파이만을 위한 팡파르처럼 들렸다. 다른 기업들이 보도자료를 내고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갔을 때 스포티파이는 성탄절 기간에 회원들에게 이 경사로운 소식을 함께 축하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트위터에서 #BeatlesOnSpotif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1969년에 제작된 비틀스 11번째 스튜디오 앨범 '애비 로드'에 경의를 표하는 이모지(휴대폰에서 단문문자에 사용하는 그림문자)를 함께 올렸다. 앨범 표지에 있던 비틀스 멤버 4명을 검은색 실루엣 처리하고 스포티파이 로고색인 녹색으로 애비 로드를 표현한 이 이모지에 대한 팬들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 약 30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에서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거대 기업들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출범한 스포티파이는 시작부터 기존 첨단 기술들을 잘 접목해 소셜미디어 세대의 매체와 문화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한 로그인을 기본으로 하고, 유료회원들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회원들이 음악을 듣는 습관을 분석해 매주 새로운 가수나 앨범을 추천해주는 디스커버리 위클리를 제공한다. 이는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에서 와해적 혁신 기업이었던 넷플릭스가 기존 비디오 대여 시장을 무너뜨리며 성장할 때 사용했던 기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PR 측면에서 볼 때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성장과 수익에 가치를 두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소비자가 따르기를 강요한다. 2011년 9월 넷플릭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회사를 스트리밍 서비스와 DVD 렌탈사업으로 분리하고 구독료를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회원 80만명을 잃고 기업가치도 75%까지 하락하는 등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에 비해 스포티파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소비자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시험 서비스 기간에 초대권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회원을 늘려감으로써 초대권에 대한 소셜 커런시(Social Currency)를 극대화했다.
소셜 커런시 혹은 사회적 화폐란 사회 관계적 자산을 쌓고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하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실제 화폐와 달리 종류와 형태는 다양하며 부여할 수 있는 가치는 주관적이고 자기 만족적이다. 온·오프라인의 사회적 연결망에서 자기 존재가 지니는 실재적·잠재적 자산 가치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무엇이라도 소셜 커런시가 될 수 있다.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저자인 조나 버거 교수는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가치(Virality) 여섯 가지를 꼽았는데 소셜 커런시가 그중 하나다.
당시 페이스북과 트위터상에서는 스포티파이 초대권을 찾는 대화들이 넘쳐났다. 단기적 수익이나 투자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유료 회원을 강요하지 않았고, 광고를 보고 무료로 이용하는 이른바 프리미엄(freemium) 회원들에 대한 혜택을 줄이지도 않았다. 주기적으로 참신하고 재미난 이벤트를 열어 회원들의 공감과 공유를 이끌어왔다.
소셜 커런시는 문화 수용과 소비 경향도 바꿔놓고 있다. 21세기 젊은 세대에게 콘텐츠는 더는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니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사회적 화폐 기능을 한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더는 혼자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에서 화제와 관심사를 함께 나누기 위해 사용하는 통화인 셈이다. 소셜 커런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시대에 기업이나 브랜드는 마케팅과 PR를 위해 어떤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까?
2004년 출간된 'Lovemarks'라는 책에서 글로벌 광고회사 사치앤드사치 CEO를 지냈던 케빈 로버츠는 요즘 세상은 브랜드를 더 진화시켜 소비자 마음에 러브마크(사랑자국)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역설했다. 브랜드를 만들어온 것은 광고였다. 하지만 단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러브마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광고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준수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22270&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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